화옹호 물막이공사 중단하라

농업기반공사(농기공)의 고집이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화옹호 방조제 공사를 시행중인 농기공이 경기도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 환경기초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물막이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농기공이 경기도와 환경단체의 ‘先 수질개선시설 설치, 後 끝막이공사’요구를 묵살해 끝내 경기도가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환경단체가 해상시위 및 실력저지에 나서게 된 사태는 유감이다.

농기공측은 지난 91년 착수한 화옹호방조제(9.8km)의 끝막이 공사를 환경기초시설이 완비될 때까지 중단하면 이미 설치한 방조제가 물살에 쓸려나갈 염려가 있어 공사 조기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이는 시행자측의 입장만을 고려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억지다.

호수주변 주민 3만3천명과 100만마리의 가축, 그리고 113개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는 하루 평균 1만3천893t에 이른다. 이 오·폐수가 정화처리되지 않고 화옹호에 유입되면 가둬 둔 물이 오래가지 않아 썩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수처리시설 없이 끝막이공사를 할 경우 현재의 COD(화학적산소요구량)농도가 0.6∼3.6ppm에서 2.33∼9.30ppm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자료도 나와 있다.

농기공측은 물막이공사를 끝내더라도 가둬 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입시키겠다고 했다. 이 또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입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수질오염방지 효과는 방조제 인근에 국한될 뿐 호수내 어패류는 폐사될 게 뻔하다. 이는 우리가 이미 시화호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국토계획은 모든 과정을 치밀하고 종합적인 검토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화옹호 조성공사 역시 시화호처럼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갖추지도 않은 채 무모하게 추진하는 과오를 범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고서도 실패한 시화호 담수화 과정을 왜 똑같이 밟으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농기공은 시화호의 실패를 교훈삼아 끝막이 조기공사 집착에서 벗어나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끝막이공사에 앞서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설치가 급선무다. 화옹호 수질이 어떻게 되건 말건 물막이공사를 빨리 끝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도 현안의 중요성을 감안, 환경보존 차원에서 조속한 조정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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