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녹용은 선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된다. 가령 열병에 인삼을 먹이면 치명적이다. 비상은 성냥개비 알만큼만 먹어도 목숨을 잃는 독약이고 앵속은 잘못 쓰면 인생을 망치는 극약이지만 비상이나 앵속도 잘 쓰면 더할나위 없는 선약이 된다. 복어는 비상보다 수십배나 더 한 독성을 지녀 심히 위험스럽지만 독을 가려낸 생선은 그 맛 또한 더할나위
없다.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여도 허점이 있고 역기능이 있다. 물론 제도 자체가 좋아야 하겠으나 운용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허점을 보완하여 역기능을 줄인다. 반대로 허점을 틈타 역기능을 일삼고 운용을 왜곡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좋은 제도가 될 수 없다.
후보경선제를 생각해 본다. 일선 당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선제는 민주정당의 진면모다. 중앙당에서 후보를 일방적으로 낙점해온 낙하산에서 벗어나는 민주정당의 참 모습인 게 경선제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같지 않은 것 같다.
여·야 단체장 후보경선이 갈팡질팡 하는 가운데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곳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어 짐작못할 건 아니나 큰 일이다. 정당민주화의 선약처방이 이처럼 극약이라면 현안의 정당민주화를 무엇으로 이룬다는 것인지 실로 요원하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차라리 중앙당에서 후보자를 점찍는 게 더 낫다는 자탄이 나오고 있는 사실이다. 한때 민선단체장의 관선회기설이 유력하게 나돈 적이 있었다. 민선단체장의 횡포가 심하다 보니 나왔던 얘기지만 그렇다고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후보경선도 마찬가지다. 비록 잡음이 많아 시행착오가 있다손 치더라도 정당의 민주화를 거역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의 의식이 건전해야 한다. 의식의 변화없인 선약도 독약이 될 수밖에 없다. 운용의 묘를 기할줄 아는 게 곧 민주주의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운용할 자질이 없다곤 믿고 싶지 않다. 경선제가 운용의 묘를 거두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바란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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