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초장부터 일선 학교에서 겉돌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OECD 국가 수준으로 학급인원을 줄이는 사업을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결과 도내 고교의 학급당 인원이 35명으로 줄기는 했지만 학생수 변화에 따른 수업방법 등은 준비소홀로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겉 보기엔 과밀학급 해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교육방법은 예전 그대로인 것이다.
이는 대통령 임기중에 공약사항을 이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한 전시행정의 결과다. 교실증축이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공간확보가 아니라 우선 학급당 학생수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데만 급급한 탓이다. 때문에 오히려 특별교실이 일반 교실로 되는 등 특별교육 공간이 잠식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증축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당수 학교 교정이 공사판인 채 수업에 지장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법석 거리고 교실을 증축한들 교육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학급 인원이 줄어들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교사의 손길이 한번이라도 더 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수 감축요구가 과밀학급에서의 획일적인 수업을 개선함은 물론 7차교육과정이 요구하는 개인·수준별 교육을 가능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학교 교육 개혁은 학급 인원수 감축과 교육방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이 학생수 변화에 따른 수업방법 등 프로그램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일선 학교도 토론형 수업·모듬별 수업 등 변화된 교육환경에 대비한 평가와 수업지도 방식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이 결과 7차교육과정에서는 국어·영어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수준별 이동수업이 가능한데도 성남 일부 학교에서는 우열반을 편성,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학급 인원수를 줄여 이제까지 교육공급자 위주였던 획일적인 교육체질을 교육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 바꿔나가는 정책을 탓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교원인력 교원연수 교육프로그램 등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함으로써 교육개선 효과가 반감하고 혼란만 야기하는 것은 졸속행정의 전형이다. 교육당국은 이제 학급 인원수 변화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야 한다. 주관식·토론식·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바뀌는 교과내용에 적응할 수 있게 교사의 자체 연수를 통한 자질향상은 물론 새 교육방법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교사의 충원문제도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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