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오히려 학교운동장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 위해 운동장 한 편에 교실을 증설하다보니 학생들의 체육활동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교실증설 공사를 벌인 고교의 경우 도내에선 16개교가 이처럼 운동장 일부를 교실부지로 사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설기준에 미달하는 운동장에 교실을 지었으니 3개반 이상이 동시에 체육수업을 해야 할 실정에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 추진하게 될 초·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식의 주입이 학교교육의 전부일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지육(智育)못지않게 필수적인 게 덕육(德育)과 체육이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전인교육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초·중등 교육은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무엇보다 신체의 균형있는 성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시설기준에 운동장을 의무화하고 각종 스포츠를 권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준비로 시달리게 되는 현실에 비추어 체육교육의 내실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학교 운동장은 비단 체육수업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규정된 시간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비좁은 교실을 벗어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서함양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이와함께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사회체육시설로서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이유로 교실증설을 밀어붙여 운동장을 잠식케 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조치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교설립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신설대신 기존 학교 운동장을 잠식하면서까지 교실을 증축하다 보면 운동장 없는 학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같은 조치가 학교를 학원화(學院化)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당국은 조급하게 ‘학급당 35명’에 연연해서 운동장 없는 학교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교육부지를 확보, 학교신설에 주력해야 한다. 교육이 국가발전의 토대라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수요를 예측해서 충분한 학교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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