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문단?

한국문단은, 문학을 중앙문학, 지방문학으로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중앙문단, 지방문단이라고 하고 중앙문인, 지방문인이라고도 한다. 심지어 문단에 등단한 사람은 중앙문인,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방문인이라고도 지칭한다. 문단에 등단하면 중앙문단에 나섰다고도 말한다. 여기서 ‘중앙’은, 국가의 수도, ‘서울’을 뜻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소위 ‘중앙문인’들이 지방에 살고 있는‘지방문인’들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문인은 문명(文名)이 높지 않고 작품도 대수롭지 않다는 그런 인식이다. 얼마 전 수원에서 K시인의 시집출판기념회가 열렸었다. 문인들이 기념촬영을 할 때 서울에서 온 S시인이 “지방문인들 하고 사진 좀 찍어볼까”하며 끼어든 적이 있을 정도다. 안성 출신의 조병화 시인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안성에 와서 여생을 지낸다면 ‘조병화 시인은 지방문인’이라고 할 인사들이 꽤 많다. 고인이 된 서정주 시인이 전북 고창에서 살았다면 ‘서정주 시인은 지방문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단풍조가 한심스러웠는지 오는 23일 경남 하동에서 ‘지역문학인회’가 창립된다는 소식이 왔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50여명의 문인 중 나태주·강희근·허형만·정일근·최영철·송수권 시인 등은 충청도·경상도·전라도 등에서 살며 좋은 작품을 많이 쓰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모든 문화가 서울에 종속된 상황에서 문학쪽에서 먼저 각 지역의 개성과 주체성을 존중함으로써 문화적 봉건성·편협성·종속성을 탈피하려 하는 일”이라고 한다.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문학·문단 활동에 마이너스가 되는 현실이 답답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문학단체들을 부정하거나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는 것은 아닐 지역문학인회 창립은 중앙문학, 중앙문단, 중앙문인을 자처하는 계층에게 자극을 줄 것 같다. 정치에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있겠지만 문학을 포함한 예술에는 중앙예술·지방예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중앙문단은 마땅히 ‘서울지방문단’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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