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결성

헌법은 소득을 위한 심신의 작업을 근로로 표현하고 있다. 노동 또한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건 사실이나 육체위주의 작업을 노동이라고 보았던 것이 종전의 사회통념이었다. 초창기 노동운동 시절 정신위주 노력의 금융기관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때, 은행원도 노동자냐는 항간의 의문이 있었던 게 그같은 통념 때문이었다. 이젠 시대가 달라져 근로와 노동의 사회개념 또한 일치한 추세에서 정신노동 위주의 피고용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하여 이상하게 여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를 이같은 범주에 귀속시킬 것인가엔 신중한 사려가 요한다. 물론 선진국엔 공무원 노조가 없지 않으나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예컨대 국민의 사회보장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공무원만의 권익을 위한 노조를 추구하는건 이율배반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결성에 유독 이같은 규제적 의문제기가 가능한 것은 공무원은 영리 목적의 민간기업과 달리 고용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하고 보수는 국민 또는 주민이 낸 세금으로 사회공익을 위해 지출하는 데 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가진 공무원노조(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연맹)의 물리적 출범 강행은 이런 관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바가 많다. 노조는 ‘국민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와 마찰을 빚고 단체행동을 일삼지 않을 것이며,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선진국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부정부패며 관료주의 타파를 나쁘다 할 순 없겠으나 공무원노조 본연의 소임이 아니다. 권위적, 위계적 통제구조에서 벗어나 국가민주화 수행의 주체로 나선다지만 그같은 명분에 막상 허실이 어떠한가를 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성숙된 단계에 있지 않다. 유연한 협상보다는 과격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과도기적 미숙단계에 있다. 이런 마당에 공무원노조의 출범은 자칫 노동운동의 방향을 공무원이 오도할 수가 있다. 또 공무원법을 어겨가며 불법 집회로 법외노조를 출범한 것은 정부와의 마찰로 불행한 사태가 예견돼 심히 걱정스럽다. 오는 4월말까지 각 시·도지부 결성식을 마친다는 공무원노조의 자체 계획을 그대로 방임할 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란 게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금 법외노조 출범의 강행을 일반의 사회정서가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잘 헤아려 사태가 악화되는 불행한 현상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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