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이던가, 전 언론이 우리 나라도 ‘산유국’이 됐다는 보도를 일제이 한 적이 있다. 경북 포항의 영일만 앞바다에서 유전층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감격스런 나머지 청와대서 샘플로 가져온 원유로 얼굴을 씻기도 했다. 전국의 신문이 1면부터 각 지면마다 떡칠한 유전 발견 보도는 그러나 한바탕 해프닝의 오보로 끝났다. 신문사상 1980년대 중반에 있었던 김일성 사망 오보와 쌍벽을 이루는 오보였다. 비록 정부 발표를 믿고 그대로 쓴 것이지만 나중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보도 사실과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어떻든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언론의 오보인 것이다.
유전은 중동이 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하는 가운데 극동 및 동남아시아에선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파키스탄 인도 일본 등지에 다소간이나마 있는데 한반도만 유전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는 선진국 수준으로 많은 전량을 수입해 오는 터에 동해서 천연가스가 생산된다는 보도는 비상한 관심을 끈다.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km의 수심 150m 대륙붕에서 매장량 400만t, 10억달러 규모의 가스전이 발굴됐다는 것이다. 매년 40만t씩 10년동안 생산해 낼 수 있는 이 천연가스는 국내 가스 소비량의 2.6%에 해당, 1천3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물량 가운데 지극히 적은 분량의 국내 생산이며, 그것도 원유가 아닌 가스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 우선 경제성이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륙붕의 추가 탐사로 가스전은 물론이고 유전층도 발굴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트 의혹, 빌라공세, 경선파문, 내분파동, 은행강도, 살인사건 등 온갖 우울한 소식으로 연일 신문 지면을 가득히 채우는 판에 내년 말엔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는 보도는 신선하다. 천연가스 또한 유징(油徵)의 자연 에너지이므로 산유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가스에 이어 유전 발굴의 오보 아닌 낭보가 언젠가는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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