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주중국 스페인 대사관을 진입, 제3국인 필리핀을 통한 탈북자 25명이 어제 입국했다. 동·서독의 통일은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향해 베를린 장벽을 잇따라 집단으로 넘으면서 시작됐다. 한반도 역시 군사분계선의 삼엄한 경비만 없으면 독일과 비슷한 형태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한국 분단의 특수성이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만큼 탈북자들이 더 입국할 것인지 심각한 단계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유랑하는 탈북자가 3만명이라고 하고 10만명이라고도 한다. 어떻든 그 많은 탈북자의 상당수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는 잘못돼 북한으로 송환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어떤 형태로든 한국행을 필사적으로 시도하고, 입국에 성공하는 인원 역시 점차 늘 것이다. 현재는 국내 거주 탈북자가 1천500여명이지만 이대로 가면 조만간 1만명, 수만명에 이를 것 같다. 가족 또는 집단의 탈북자 입국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생활고통, 체제불만, 처벌우려, 기타 개인사유 등이 탈북 사유로 꼽힌다.

세계에 대규모 난민이 일찍이 없었던 건 아니다. 베트남 보트피플은 100만여명이 뿔뿔이 흩어졌고, 반후세인 난민 50만여명이 이라크를 탈출했으며, 코소보 인종청소로 100만여명이 피란길을 떠났다.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는 탈북자 난민은 앞으로 날이 갈수록 더할 전망이다. 우리로선 반갑진 않으나 홀대할 수 없는 게 입국하는 탈북자들이다. 정부의 탈북자 대책이 더욱 적극화 해야 할 단계가 됐다. 남한사회의 적응 여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가 있다.

탈북자의 절반 이상은 비교적 생활형편이 괜찮은 편이지만 약 40% 정도는 자립·자활에 비교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공무원, 회사원을 비롯한 봉급생활, 상업 등 자영업의 직업을 갖고 있으나 사회적 인간관계에 외로움을 겪는 게 가장 큰 애로로 꼽고 있다. 탈북자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그들에겐 가장 큰 고통인 듯 싶다.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는 노력이 탈북자들을 돕는 첩경인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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