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기, 더이상 머물 곳 없다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국민 여러분, 당장 금연하세요. 담배를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폐암 투병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로 인해 올들어 유례없는 금연열풍이 불고 있다. 산소 공급 장치를 코에 꽂은 채 수척해진 얼굴로 지난해 말부터 TV 등에 나와 금연을 호소한 이씨의 모습이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금연전도사’가 된 이씨의 호소와 담뱃값 인상 등으로 최근 일고있는 금연열풍은 과히 ‘이주일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씨 외에도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와 같은 인기인들이 금연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금연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금연열풍은 유명 연예인, 정치인, 기업체, 공공기관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탤런트 최수종, 영화배우 신현준, 개그맨 심현섭 등이 이씨의 투병을 계기로 금연에 나섰다.

민주당에선 하루 5갑 이상을 피우는 체인 스모커이던 문희상 의원(의정부)을 비롯, 임채정 의원이 금연대열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에서도 항상 담배를 물고 다니던 주진우 의원이 올들어 담배대신 껌을 동반자로 선택했고, “담배 1갑은 피워야 하루가 지나간다”는 김영춘 의원도 “올해는 할 일이 많다”며 비흡연에 동참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4월부터 금연운동을 추진해 온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올들어 본사를 포함해 63개 전국사업소의 건물에 흡연구역을 지정, 이 구역 외에는 흡연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흡연구역 내에서도 금연 관련 서적을 비치하고 흡연의 폐해에 대한 경고문을 부착했다.

포항제철, 동부그룹 등은 자사 빌딩을 금연빌딩으로 지정, 흡연구역을 폐쇄하고 직원이 건물내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벌금을 물리고 있다. 제일기획과 KT도 사옥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지정하고 금연 성공자에게는 돈을 주는 금연펀드를 최근 신설했다.

의사들의 금연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의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처음으로 흡연자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으며, 서울 상계백병원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을 받기도 했다.

도내 금연열풍도 뜨겁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올초 전사원을 대상으로 금연운동을 선포하면서 금연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흡연지역을 단계적으로 휴게실로 전환하고 흡연자에 대해서는 금연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각 가정에 개인 금연 서약서가 담긴 ‘금연통신문’을 사업주장 명의로 발송하는 한편, 금연스티커와 금연운동 상식지를 정기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또 매월 사업부를 순회하며 금연공개강좌를 개최하고 금연초, 금연껌, 금연담배, 은단 등 금연보조제를 지원하고, 금연추진 우수부서 및 금연 체험수기를 공모해 특별 시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올초 금연다짐 결의대회 및 기관(학교) 금연을 선포한 도교육청에선 재떨이가 사라졌다. 대신 복도와 화장실 벽에는 금연표지가 나붙었다. 또 곳곳에 금연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목조목 열거한 경고문도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건물별 곳곳에 ‘흡연구역 별도지정’이란 표찰을 달아 흡연장소가 극히 제한됐다.

실제 본청에는 본관 4층 옥외휴게실과 1층 휴게실, 별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 중간 지점만 흡연장소로 지정됐으나 이 곳도 오는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5월부터는 청내 어떤 곳에서도 흡연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각급 기관의 이같은 금연열풍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