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昭君

중국 한나라 효원제 때 왕소군이라는 궁녀가 있었다. 이 무렵 북방의 흉노족 침범이 잦아 그들을 회유키 위해 황녀를 흉노족 대추장에게 시집 보내기로 했다. 오랑캐와 친화를 도모하는 공주라 하여 화번공주라고 이름 지었다.

그러나 진짜 공주가 아니고 궁녀 가운데 못생긴 여인을 뽑아 황제의 딸로 가장시키기 위해 효원제는 궁중화공 모연수로 하여금 궁녀들의 초상화를 가져 오도록 했다. 평소 다른 궁녀들은 황제의 총애를 받기위해 뇌물을 주어가며 다투어 예쁘게 그려 주도록 부탁했으나 왕소군은 뇌물을 주지 않았다. 자신의 용모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초상화를 받아 본 궁녀 가운데 가장 못생긴 왕소군을 화번공주로 칙령을 내렸다. 마침내 오랑캐 땅으로 시집 보내는 날, 실물을 대한 효원제는 왕소군이 천하 절색인 걸 보고 놀라 후회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다. ‘소군 백옥 안장을 털었다/말위에 오른 홍안은 울고 있다/오늘은 한궁 사람이지만/내일이면 호지의 첩이 될 몸/’후세에 이태백이 왕소군을 안타까이 여겨 그녀가 떠나는 광경을 돌이켜 이같은 시를 지어 슬퍼했다. 황제는 크게 노한 나머지 화공 모연수를 참하였으나 한궁을 떠난 왕소군은 흉노족 땅에서 얼마 안가 자결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게 이처럼 어렵다.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쓸만한 아랫사람을 알아보기란 더욱 어렵다. 측근이나 중간에서 쓸만한 아랫사람을 윗사람이 알아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쓸만한 아랫사람은 굳이 윗사람을 가까이 하려 하거나 아첨하지 않아 윗사람 또한 알아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세상만사는 인간사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사람을 알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중대하다. 사람을 잘 쓰면 윗사람이 잘 되지만 사람을 잘못 쓰면 윗사람이 욕먹는데도 총명이 가려져 욕먹는 줄 모르는 게 또 범사다.

왕소군의 고사는 지금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특히 측근 소동으로 내분 사태를 겪고 있는 한나라당 속사정도 그렇고, 음모론이 일고 있는 민주당 사정도 그러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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