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교육청의 하는 일이 몹시 답답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보충수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공교육 내실화 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실무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일선 학교가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방침과는 달리 보충수업을 계속 금지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경기·인천지역 일선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지침에 촉각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청 당국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소극적 자세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당초 교육부의 보충수업 허용은 사교육이 전담하다시피 해온 학부모·학생들의 과외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취지였다. 보충수업 자체가 논란이 큰 사안임에도 이를 허용키로 한 것은 우리 중등교육의 현실을 인정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전국 고교의 87%가 보충수업을 계획 중이라는 한국교총의 최근 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보충수업 허용이 ‘학교의 학원화’등 공교육이 다시 입시위주의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개혁과도 정면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중등교육이 입시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임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보충수업이 필요하지 않는 교육체제나 풍토를 조성하지 않는 채 이를 금지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각종 규제로 사소한 것까지 학교운영에 간섭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평이 많았다. 특히 학원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왜 보충수업을 못하게 하느냐고 반발했고, 대도시에서도 사립학교는 은밀히 보충수업을 하는데 공립학교는 못한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제 보충수업 문제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각 학교에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교사·학부모·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지 않은가. 교육청 당국은 실무지침 지연에 따른 일선 학교의 혼란과 학부모의 불평을 해소하기 위해 속히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일선 학교의 자율권 보장이 교육자치에도 맞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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