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는 도시계획이 세계에서 가장 잘 된 도시로 평가받는다. 지상 교통망과 지하철이 잘 발달돼 교통 역시 아주 편리하다. 현 파리 시가지 대부분은 옛날 파리 시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도시계획이 처음 실시된 것은 1860년이다. 당시 오스만 시장은 도시계획을 실시하면서 광장과 대로를 내어 조경을 하는 등 구 시가지를 마구 철거했다.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친 시장”이라는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당대의 저명한 문학가 고티에마저 “이것이야 말로 신천지 미국의 필라델피아 처럼 만들려는 수작이다”라고 혹평했다.
시인 보들레르는 “이제 파리는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옛 것에 대한 애착심으로 폭이 100m까지 이르는 길을 거미줄처럼 내는가 하면 운동장 같은 공원을 군데군데 조성하느라고 구 시가지가 마구 헐리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과감한 도시계획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도시는 거의가 도시계획에 의해 도시가 조성되지 못하고 기존의 도시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이 형성됐다. 즉 도시계획이 앞서지 못하고 도시에 밀려 도시계획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미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 도로며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을 나중에 하느라고 애를 먹곤 했다.(도시계획과 함께 도시기반시설이 앞선 도시는 안산시가 유일하다.) 그나마 외곽지의 남은 땅도 아파트단지다, 신도시다 하여 전수 집만 짓는다.
여기에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을 없앤다며 당장 자치단체가 사들이지 못하면 도로 등 도시계획 시설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사유재산 보호의 취지는 좋지만 예컨대 나중에 다시 길이 필요해서 낼려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예산을 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아파트 옆에 아파트를 또 짓고 주택 뒤에 또 주택만 지어 빈틈 없는 숨구멍 막힌 도시를 만드는 것도 문제다.
파리는 140여년전에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시장에 의해 수 백년 이어갈 지금같은 면모의 시가지로 만들었다. 도시계획에 수 백년은 그만두고 수 십년이라도 제대로 내다볼 줄 아는 국내 시장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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