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희 할머니 고향 양평 개군면에 쾌척

“객지를 떠돌면서 외로운 인생역정을 겪었던만큼 불우한 소년·소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지난 1일 제6회 양평군 개군면민의날 기념식이 열린 개군면사무소 회의실은 여느때와는 달리 숙연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가 넘쳤다.

노점상과 파출부 등 한평생을 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전념해 온 류수희 할머니(79·서울 신내동)가 전재산 3억원을 고향인 개군면에 장학금으로 기탁했기 때문이다.

류 할머니는 개군면에서 태어나 29살때 양평을 떠난 뒤 한국전쟁 당시 남편을 잃으면서도 파출부와 노점상 등 수많은 고초를 이겨낸 여장부다.

남편을 일찍 여윈 탓에 자식도 없이 홀로 50년을 살아온 류 할머니는 이날 장학금 기탁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랜 지병인 관절염으로 거동은 불편하지만 깊게 패인 주름살만큼이나 인생 역정이 묻어나는 류 할머니는 인자한 모습으로 오히려 부끄럽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마쳤다.

류 할머니는 “고향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인생목표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서울에서 살지만 양평은 내 영원한 고향”이라고 말했다.

개군면과 개군농협은 이날 ‘류수희 장학재단’을 정식 발족하고 매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양평=조한민기자 hm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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