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자격

결혼사상 가장 짧은 주례사를 한 사람은 백범 김구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백범은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먼저 숨진 동지의 아들 결혼식에서 “너를 보니 네 애비가 생각난다. 부디 잘 살아라.”하고 주례사를 끝냈다고 한다. 하객 중 한 사람이 시계를 봤더니 정확히 5초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례를 서는 사람들은 신랑·신부와 하객들 앞에서 덕담을 펼쳐 놓는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주례사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린도전서의 일부분이다. 몽테뉴는 “미모나 애욕에 의해 맺어진 결혼만큼 일찍 분쟁을 일으켜 실패하는 것은 없다. 결혼에는 더욱 견실하고 변함없는 토대와 신중한 행동이 필요하다. 끓어오르는 환희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몽테뉴는 또 “결혼은 새장 같은 것이다. 밖에 있는 새들은 함부로 들어오려고 하나, 안의 새들은 함부로 나가려고 몸부림친다”고도 했다. T 폴러는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라. 결혼하고 나서는 한쪽 눈을 감아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시절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 오정해씨 결혼 주례사를 통해 “부부는 첫째로 상대방의 기를 살려주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지 않는 아내는 남편 기를 꺾는 아내입니다. 아내한테는 이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남편의 사랑과 남편이 자기를 인정해 주는 것 이상의 행복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결혼시즌인 요즘 주례를 서는 유명인사들의 덕담이 신랑 신부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주례야 말로 자기 인생에서 한 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주례 청탁을 받고 “나는 주례를 설만큼 떳떳하지 못하네”라는 말로 정중히 사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며칠 전 들었다. 주례 자격을 갖춘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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