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악랄한 만행을 잊지말라’는 어릴적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늦은 나이에 고국땅 한국에서 역사를 배우며 학구열을 불태우는 재일교포 2세가 잔잔한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해 가을 경기대 사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박명성(57)씨. 그는 일본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명문대를 졸업하고 제재소 및 호텔 등을 운영하는 등 성공한 재일교포 2세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다시 역사공부를 하려는 것은 말 그대로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박씨는 중·고교시절 역사시간때 임진왜란을 ‘조선정벌’이라고 배운 것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일본의 왜곡된 역사 앞에 무기력 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역사로 인해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진보적인 몇몇 일본의 역사선생들로부터 일본의 고대 역사와 문화는 한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고, 특히 ‘한글’은 기득권층인 양반계급이 아닌 서민과 평민, 농민 등 일반 대중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일 고대사는 시각 자체가 일본적인 것이 많고, 한국의 사학계에서 주장하는 것도 알고보면 일본의 진보 역사학자들이 먼저 제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박씨는 국내 사학계의 ‘뒷북’ 역사연구를 비판하며 철저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박씨는 삼국통일이후 신라와 발해, 그리고 일본의 야마토정권 등 극동아시아 3국에 주목한다. 그는 야마토정권은 고구려, 백제, 신라 등 3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야마토정권을 포함한 신라와 발해를 극동 3국의 역사로 보고 철저하게 한국적인 사관을 통해 고대사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끊임없는 귀화 요구를 뿌리쳤고, ‘박건차랑(朴建次郞)’이란 일본 이름을 ‘박명성(朴明盛)’이란 한국 이름으로 바꿔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당당히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석사논문으로 ‘임진왜란을 전후로한 韓·日 교류사’를 준비중이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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