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언론사마다 각급 선거를 앞두고 실시하곤 하는 여론조사가 들쑥날쑥 하다. 서로간에 편차가 너무 심해 도대체가 믿기 어렵다. “나도 우리 신문에서 실시하는 조사 내용을 제대로 믿지 못한다”고 했다. 어느 중앙지의 중진 언론인이 최근에 어떤 모임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 선거를 둔 언론의 여론조사가 무더기 징계를 당했다. 최근 기자협회보(1135호)는 방송3사·18개신문이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는 조사방법과 조사기간 등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8개 신문사는 조사주체 방법 일시 지역 표본크기 등을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방송사는 방송위원회, 신문사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조치를 당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생각나는 것으로 제15대 총선 때 방송사의 엉터리 출구조사를 들 수가 있다. 전국의 개표결과를 여대야소로 예상해 보도했던 것이 오히려 여소야대로 반대가 되는 엉터리 조사 해프닝을 연출했던 것이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신뢰성은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나온다. 이런 책임감 없이 ‘믿거나 말거나식’, ‘안맞아도 할 수 없고식’으로 하는 여론조사 보도는 유권자를 우롱한다. 선거풍토를 흐리게 하고 사회를 오도한다.

상업성, 즉 흥미위주에 치우친 보도를 위한 것이 바로 이같은 엉터리 여론조사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심각하다.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은 재미로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돌에 맞는 개구리는 치명상을 입는다. 연못의 물은 파장을 일으킨다. 잘못된 여론조사로 엉뚱한 피해를 입거나 부당한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조사 당사자인 후보 또는 후보 예정자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유권자와 국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이런 여론조사가 한두 번도 아니고 잇따라 자꾸 나오면 그 부정적 영향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작금의 여론조사란 게 과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단계다.

흔히 미국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말하지만 그들은 벼락치기 조사를 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 충분한 인력, 폭넓은 지역, 폭넓은 계층 등을 대상으로 사회과학적 토대 위에서 책임감 있는 조사를 한다. 국내 언론사의 일부 무책임한 여론조사는 자제돼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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