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표심의 ‘반란’

민주당 대선후보 경기지역의 경선 표심은 곧 반란이다. 정동영 후보가 유효투표의 54.5%를 얻어 45.5%에 머문 노풍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제 오는 28일 서울지역 1만7천여명의 선거인단 투표만이 남겨놓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전망되고 있긴하나, 경기지역 경선 표심이 미치는 상당한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와 노후보측은 “대의원들이 멋을 부린 것 같다”느니 해가면서 경기지역 경선 결과를 애써 희화화 하고 있지만 당치 않다. 경기지역 대의원들이 하릴 없어 당이나 노후보 말처럼 장난질을 하겠는가, 당이 그렇게 변명하는 것 부터가 경선의 품격을 떨어 뜨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노후보가 연설 중간에 경기지사 경선 후보로 나선 진념씨를 대의원들에게 소개한 것을 감표 요인으로 보는 관측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지극히 낮은 투표율이다. 1만2천606명의 대의원 수 가운데 20.9%의 투표율은 투표를 사실상 보이콧 했다고 보아 경선 투표의 의미가 의심될 지경이다. 이인제 후보가 경선을 중도에 표기, 노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다시피 함으로써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투표 열기가 급랭하고 만 것이다. 정동영 후보가 1천426표를 얻어 노무현 후보의 1천191표에 비해 235표를 앞질러 지역별 투표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이변도 이인제 후보의 사퇴가 크게 작용됐다.

결과적으로 노풍에 지레 겁먹고 경선 포기 카드로 중도에 무릎을 꿇은 이인제 후보는 처신이 경솔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경기지역의 교두보를 불신, 스스로 저버린 이인제씨에 대한 앞으로의 정치적 신뢰가 전 같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어떻든 경기지역 경선 투표에서 이른바 노풍이 꺾인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원이 끊기면 선풍기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전원이 끊기지 않은다 해도 선풍기 바람은 결국 싫증을 일으킨다. 조직화가 극도로 발달된 리모콘 세로 노무현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바람이 저지 당할 수 있는 사실도 실증됐다.

노무현 후보의 미래는 그가 언행에 얼마나 표리가 일치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가에 달렸다. 경기지역 경선 표심의 반란은 바로 그같은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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