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시 방역 비상

때 이른 여름철 전염병이 속출하고 있다. 올들어 벌써 세균성 이질·파라티푸스 등 후진국형 전염병과 말라리아 환자까지 발생, 여름철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염병 환자 발생이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어 월드컵 대회를 코앞에 두고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지난 93년 다시 출현한 이후 올해도 벌써 경기·인천지역에서 13명의 환자가 발생, 풍토병으로 토착화하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한강 이북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것이 최근엔 인천과 경기남부까지 남하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 1명이 발생한 파라티푸스도 올핸 벌써 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2명(경기)에 불과했던 세균성 이질환자 역시 33명 발생했고, 지난해 환자가 없었던 인천서도 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러고도 우리가 월드컵대회를 유치한 OECD회원국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지 한심하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해마다 벌어지는 이질 등 여름철 전염병 소동이 당국의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질은 장티푸스·콜레라·디프테리아 등과 함께 감염력이 강한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이처럼 전염력이 강한 전염병은 아예 식품업소와 음식점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환자발생 초기엔 감염원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전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날씨가 더워지거나 전염병이 돌 때마다 음식업소의 위생 시설을 개선하고 종업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말뿐이었다. 이는 경기도 등이 도시락 업체와 음식점 등을 점검 할 때면 그 때마다 여전히 상당수의 위반업소가 적발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방역당국은 우선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실제로 업소 위생관리를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툭하면 집단식중독을 일으키는 학교급식소를 비롯 대형 병원 및 기업체의 급식소와 시중 음식점에 대한 위생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각 개인도 위생문제를 철저히 점검하고 주의해야 한다.

월드컵 경기로 세계의 눈이 우리 나라에 쏠리고 있는 때에 전염병 소동이 벌어져 국가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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