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학교정화구역의 경우

초·중·고교 인근에서 향락업소들이 영업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고양시의 경우는 너무 지나치다. 최근 본보가 보도한 일산 신도시 한수초등학교 인근만 해도 그렇다.

한수초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학교 인도 옆 시대프라자 건물과 대우프라자에는 환락업소들 천지다. 이 건물과 8차선 도로를 두고 맞대고 있는 서현프라자에도 신종 퇴폐업소의 대명사격인 TV 화상대화방, 성인용 경품 오락장 등 유흥업소 간판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업소들은 학교로부터 200m 이내 거리에 있어 모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해당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건물들에 청소년들이 매일 출입하는 학원들이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현프라자에는 TV화상대화방과 컴퓨터학원, 미술학원 등이 같은 층에 있고 주엽역 H 프라자에는 퇴폐윤락업소인 유리방과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PC방이 같은 층에 있다고 한다. 심지어 D프라자에는 미시클럽 바로 옆에 어린이 서점과 청소년 출입이 가능한 노래방이 입주해 있다니 개탄스럽다.

본보 등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의 학교정화구역은 실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일산 신도시 주엽·대화·마두·백성동과 화정지구 화정동 등 모두 5개동에 있는 13개 초·중·고등학교 주변의 정화지역을 조사한 결과 러브호텔·단란주점 등 총 91개 유흥업소가 영업중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학교당 평균 일곱 곳의 유해업소가 정화구역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유흥업소 현장을 수시로 목격한다면 그 영향은 뻔하다.

이같이 학교정화구역내에 유해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도시를 개발할 때 도시설계를 잘못해 유흥지역이 학교 통학로와 겹치게 된 것에 1차적 원인이 있다. 또한 학교정화위원회가 향락업소의 입지를 용인한 탓일 것이다. 해당 교육청이 ‘학습과 보건 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예외로 한다’는 학교보건법의 규제 예외사항을 가볍게 처리, 학교 주변 유해업소 난립을 방치한 것 같다. 고양시뿐만이 아니다. 모든 교육청과 지자체가 앞으로는 학교주변 유해업소 심의를 강화하고 러브호텔, 유흥업소 등을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주변과 주택가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유리방·TV화상방 등은 자유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단속 근거조차 없다. 학교정화구역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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