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대한 당국의 총력대응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생치안은 이제 극한상황에 까지 이른 느낌이다. 의왕 승용차 남·여 살인방화사건의 범인들이 저지른 사건들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강탈 무차별 살상이 바로 치안질서의 현주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변에 주차한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여를 위협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을 인출하고 나서 흉기로 난자 살해한 후 차 트렁크에 넣고 불을 지른 잔인성으로 우리를 전율케 한 3명의 범인들은 이밖에 지난 2월부터 3개월동안 31차례나 강도·성폭행·살인행각을 벌이면서 5명을 더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경찰의 여죄 추궁결과 2명의 살해사실을 추가로 자백, 경찰이 확인작업중이다. 앞으로 이들의 범행이 얼마나 더 밝혀질지 모를 일이다.
이들은 승합차로 군포·수원·서울 등 수도권을 누비며 경찰의 방범망을 비웃듯 신출귀몰 닥치는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밤길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취객의 돈을 뺏고 살해하는 등 범죄행각을 벌이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범인들에게서 우리는 분노를 넘어 차라리 인간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일까. 오늘과 같은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이처럼 야수적인 범행이 밥먹듯 저질러질 수 있었는지 생각할수록 끔찍하고 소름이 끼친다.
이처럼 몇명이 작당하여 거리낌 없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사회분위기가 이완된 탓도 있을 것이고 공권력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데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잘못은 범죄로 보지않을 만큼 죄의식에 대한 마비증세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그 까닭이 있다. 공직자들이 뇌물먹기를 떡 먹듯하고, 권력형 비리가 자고나면 터지고, 돈좀 있다고 흥청망청 써대며 과소비에 앞장서는 등 사회지도층들이 사회기풍을 먼저 흐려 놓으니 범죄꾼들에게 죄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세태가 됐다.
그렇다해서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의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다. 앞으로 흉악사범은 계속 발생할 게 틀림없다. 특히 사회기강이 문란해지기 쉬운 선거철은 각종 범죄의 다발이 우려되는 시기이므로 민생치안에 각별히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발생한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수사력도 필수적이지만 강력한 예방치안으로 범인들이 감히 활개치지 못하게 하는 치안당국의 의지과시가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흉악범은 사회방위 차원에서 극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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