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소년시절을 휠체어에서 보내야 했던 레이유리라는 지체장애인이다. 레이유리는 1873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났는데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갖게 됐다. 레이유리는 달릴 수 없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서 있는 자세에서 껑충 껑충 뛰어 오르는 것은 잘했다. 어린 레이유리는 아이들이 뛰어가서 볼 것을 껑충 몸을 추켜세워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것이 뛰기라는 운동의 좋은 훈련이 된 것이다.

당시 올림픽 종목에는 선 자세에서 치뜨는 높이뛰기, 넓이뛰기, 세단뛰기가 있어 레이유리의 희망을 키워 주었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제2회 올림픽에 26살의 나이로 출전한 레이유리는 이 3개 종목에서 우승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3회 올림픽에서도 역시 이 3개 종목을 모두 석권, 2연패를 차지했다. 이어 1906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중간대회와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에서도 종목이 없어진 세단뛰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2개 종목에서 각각 우승, 연속해서 금메달 10개를 획득하는 역사를 기록했다. 오늘날의 장애인 올림픽이 아니라 올림픽에서 10관왕을 차지한 레이유리가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다리가 불편한 지체 장애인이었고, 독일의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장애는 문학과 음악 창작에 전혀 장애를 주지 않았다. 사람들 또한 그들의 장애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장애가 바로 셰익스피어와 베토벤을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한 축복으로 여겼다.

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이 청각 장애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운보는 청각 장애인이며 화가인 최일권에게 ‘예술의 길은 절규’라고 격려한 바 있다. 장애인은 분명히 비장애인과 조금도 다름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만의 특수학교를 자기가 사는 동네에 설립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의식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잊고 사는, 그것이 정말 큰 문제다.

/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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