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정자, 여성의 난자가 매매되고 있다. 장기 거래에 이어 이젠 생명의 씨앗까지 팔고 사는 세태가 됐다. 정자는 10만∼20만원, 난자는 400만원선이라고 한다. 주로 남녀 대학생들이 공급원이라는 것이다.
하긴, 미국에서도 팔고 사긴 한다. 가격은 우리보다 훨씬 비싸 정자는 100만원, 난자는 2천500만원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수요공급이 국내보다 더 희소하기 때문이겠지만 얼핏 사람값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같아 실소를 자아낸다.
국내 불임부부가 100만쌍이 넘는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남성불임은 무정자증, 여성불임은 염색체 이상으로 신비스런 생명의 씨를 생산하지 못한 것이 불임의 원인이다. 기왕 정자나 난자를 구입, 인공 수정할 요량이면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잘생긴 남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찾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전병 등을 가질 수가 있어 내력을 아는 친인척끼리 정자와 난자를 주고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예컨대 남성 불임의 경우엔 아내가 시동생의 정자, 여성 불임에는 남편이 처제의 난자를 받아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남성불임은 다른 남자의 정자를 아내에게 체내 인공수정을 하지만, 여성불임은 다른 여자의 난자를 남편 정자와 체외 인공수정을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꼭 이래야만 하는건지 황당하다. 정자든 난자든 한쪽을 주어 아이가 탄생하면 팔았든 기증했든지 간에 생체적으로는 준 사람의 자식이기도 하다. 남에게 판 것이라면 자신의 자식이 평생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살고, 친인척끼리 기증했다면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에게 장차 출생의 비밀이 평생 부담스럽게 될 것이다.
불임부부 중 남편이든 아내든 한쪽은 진짜 혈육이므로 양자를 들인 것보다 더 낫게 여길 수 있겠지만 윤리성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불임에 정자 및 난자의 이식이 정녕 불가피할 것 같으면 영국처럼 매매를 금하는 대신에 국가가 공급 체계를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그러나 불임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의술의 발달이 빨리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의학도는 아니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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