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기강 해이 심각하다

5명의 여성을 살해한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잡아 준 범인 2명을 출동 경찰이 허술하게 다루다 그중 1명을 놓쳤고, 달아났던 그 범인은 피신한 월세방에서 검거직전 준비한 흉기로 자해, 숨졌다. 검거과정에서 경찰이 범인의 자해를 막지 못한 미흡함을 또 드러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은 본란이 이미 지적한대로 경찰의 기강해이와 직무수행 태세 및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서 곳곳에 우리 경찰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겉도는 검문검색 체제다. 의왕 승용차 남녀살인방화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연쇄살인범들은 검문에 걸리지 않고 수원·용인 등지를 누비듯 활개치며 강도살인을 일삼았다. 경찰이 형식적인 방범활동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동원했을 뿐 효과적인 검문검색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입증하고 있다.

둘째, 사건의 늑장·허위보고다.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판을 훔치려던 범인을 잡은 경비업체 직원의 신고로 파출소 이모 순경이 출동한 시간은 4월30일 0시57분쯤이었다. 이 순경이 범인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은채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가 범인들이 순찰차를 탈취 도주한 시간이 오전 1시3∼5분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순경은 도주보고를 하지않고 범인들의 차적조회를 위해 현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오전 1시40분께 다시 현장으로 가 범인차량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시신 5구를 발견했다. 결국 도주사실에 대한 본서 보고는 오전 2시10분께로 범인 도주 1시간이 지나도록 상부보고가 안돼 범인은 사건현장에서 유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더구나 파출소 서면 보고서에는 사건발생시간을 오전 2시로 1시간 이상 늦췄고 시체3구가 발견됐다고 기재하는 등 발견시간과 구체적 상황마저 허위로 보고했다. 그런가하면 경찰서가 경기경찰청으로 보고한 문건에는 발생시간을 오전 2시 30분으로 기재, 30분을 더 늦춰 보고했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허위보고까지 했다.

셋째, 교육·훈련의 소홀이다. 한달 전 수원 중부경찰서 경찰관이 직무수칙과 범인호송수칙을 어겨 순찰차를 탈취당했던 수모를 겪었으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또 저질렀다. 교육·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경찰은 이제 기강해이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심기일전해서 민생치안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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