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고급호텔 수준에 버금가는 실버타운은 주거공간이 30평∼72평에 이른다. 단순한 주거·요양 기능을 떠나 의료·체력단련·문화·휴양시설 등을 고루 갖췄다. 갤러리, 쇼핑센터,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갖춰 부족한 게 없다. 의사처방에 의한 치료식이 제공되고 독립생활이 어려운 중풍환자들을 위한 24시간 간호체제도 운영된다.

무료로 세무·법률상담까지 해준다. 입주보증금은 평형별로 2억4천만∼8억3천만원이며 식사·세탁·관리·시설이용료·진료비 등 별도의 생활비가 110만∼180만원 가량 든다. 지난해 5월 용인시 기흥읍 6만8천여평 부지에 문을 연 ‘삼성 노블카운티’의 경우다. 20층짜리 건물 2개동에 590가구가 입주한다고 한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들은 동년배 친구들도 사귀고 운동도 하며 ‘자신들만의 인생’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입주보증금이 최하 2억4천만원에 별도 생활비가 180만원이라면 그야말로 부러울 게 없는 여유로운 삶이다. 명절 때나 돼야 겨우 선물을 받는 양로원 노인들에 비하면 고급 실버타운은 천국임이 분명하다.

오늘날은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나 구호기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노인과 정신적 소외층 노인들도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미 2000년에 전체 인구의 7.1%수준에 도달, 유엔이 정하고 있는 ‘노령인구국’에 진입했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노령인구가 오는 2005년엔 8.7%, 2015년엔 11.3%, 2020년엔 노령인구국가 기준의 배에 달하는 13.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2030년엔 노인인구가 1천만명을 상회,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경제력 부재층의 노인들이 겪는 서러움은 형용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장수하는 게 원망스럽다고 탄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억원의 돈을 내고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노인들은 특수층이지만 가난한 노년은 영혼까지 공허하다. 최근 교회, NGO선교단체 등 기독교계가 입주비가 아주 저렴한 실버타운과 노인전문병원을 속속 건립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반갑고 고맙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정부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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