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쌓인 청와대

최규선 녹음 테이프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테이프 추가 폭로설이 나와 긴장케 하고 있다. 이미 공개된 녹음 테이프 내용도 아직 전모가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테이프가 또 공개되면 정치권에 미치는 파문이 설상가상의 위험수위에 이를 수 있다. 이미 공개된 테이프 내용만도 정권차원의 의혹을 제기하기에 상당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규선 게이트 등 이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이 정권의 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혹제기를 두려워 하기보단 조속한 규명이 요구된다.

최씨가 처음 공개한 녹음 테이프는 주로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신과 관련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통하여 해외로 밀항을 종용하였느니, 김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에 대한 진술 자제를 당부하였느니, 또는 경찰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참여하여 조직적인 은폐·축소 노력을 하였다는 등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어 가히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김홍걸씨에게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을 건네주었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최씨와 김홍걸씨와의 돈 거래 관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녹음한 내용이 어느정도 진실을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검찰수사에서 홍걸씨 300만원 수수사실이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된 점으로 미루어 상당한 신빙성이 부인되기 어렵다. 이 3억원은 최씨가 타이거플스 주식을 판 돈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녹음 테이프에 대한 진실 규명에 있어 청와대가 정녕 억울한 입장이라면 적극적인 자세로 협조해야 된다. 테이프 내용에 관련된 청와대 비서관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홍걸씨 비리은폐 그리고 최규선씨 입막기에 공권력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바로 청와대다. 대책회의, 밀항종용 등 녹음 테이프가 밝힌 구체적 정황 제시를 “말도 안된다”는 말로 부정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이밖에 남북관계, 노벨평화상 문제까지 거론된 녹음 테이프에 대한 진실 규명이 미흡하면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너무 관계가 깊었던 과거의 정황으로 보아 국민들은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최씨 녹음 테이프에 대한 실체 파악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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