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관권선거 ‘배후’?

평택시의 선거문건은 자유당시절 관권선거를 방불케하는 근래 드문 불상사다. 불상사란 철저한 배후 규명이 있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하필이면 지역사회에서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이에 관련 구속되거나 입건된 몇몇 시직원의 배후인물로 수배됐던 이모 시민대화실장이 체포돼 경찰수사가 어느 선까지 진척될지 매우 주목된다.

‘6·13지방선거 예상 논쟁 현황’ ‘지방의회에서 여러가지 애써주실 예정자’ 제하의 비밀문건은 결국 시장선거와 관련한 것이다. 문건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범위가 읍·면·동 및 통·리·반장, 의용소방대, 주민자치위원, 지방의원 및 출마 예상자 등으로 매우 폭넓다. 조사내용 또한 시장의 부정적 여론 무마 항목을 비롯해 성향, 지지도, 주요경력 등 다양함이 자유당정권 시절의 관권선거 수법과 흡사하다. 관변단체와 일부 유지 등을 포함한 이같은 조직적 관권개입에 배후가 없을 수 없다고 보는 경찰수사 방향은 지극히 타당하다.

또 관련 직원의 개인적 참고 자료로 삼기 위함이라거나 배후가 없는 자의적 조사라는 시측 해명은 누가 들어도 일고의 가치없는, 믿기지 않은 허구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평택시는 하부직원 몇명을 희생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경찰수사가 그렇게 만만히 볼만큼 취약하지 않다. 설사 경찰수사가 좀 미흡하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에서 실체의 전모가 가려지게 될 것으로 안다.

평택시 선거문건은 결코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국한지어 생각할 수 없는 지방자치의 최대 공적인 점에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자치단체가 이런 식으로 지방선거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지방자치는 스스로 고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평택시 선거문건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나면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엄단돼야 하고 초점은 역시 배후에 있다.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수사가 진행중이므로 예단할 이유가 없지만 객관적 동의를 얻기에 충분한 실체가 되어야 한다.

선거문건이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으며, 조사된 내용은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종국적으로 누굴 위한 것인가가 사건의 핵심일 것으로 믿는다. 6·13 지방선거는 이제 불과 한달을 남겨놓고 있다. 사건 규명의 시일이 급박하다. 경찰수사의 분발을 한층 더 기대하고자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