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새벽 등교를 강요하는 이른바 ‘0교시 수업’은 우리 교육의 비뚤어진 현상의 하나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현안이다. 그럼에도 도내 일선 고교에서는 0교시 수업이 폐지되기는 커녕 오히려 유료 보충수업으로 변질돼 우리 교육의 왜곡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 경기지부가 122개교 교사 3천89명의 연서로 조기 등교 자율학습의 시정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도 교육청에 제출한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전교조 경기지부가 최근 고양지역 일반 고교 15개교를 임의추출, 표본조사한 결과 모든 학교가 아침 7시 이전에 학생들을 등교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교육청이 지난 3월초 실시한 조사결과(184개교 중 조기 등교 154개교)와는 다르게 새벽 등교가 확산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아침 자율학습은 어제 오늘 시작된 게 아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되자 뒤늦게 교육당국이 0교시 수업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교육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정규 수업에 앞서 한두 시간 먼저 등교해 갖는 0교시 수업은 청소년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등 건강 불균형 상태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리 입시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아침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새벽 등교를 강행해야 하는 현실은 가슴아픈 일이다. 신체에 주는 악영향도 심각하지만 생기발랄해야 할 학생들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겪는 과중한 입시 스트레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0교시 수업이 학생들에게 주는 학습효과도 부정적이다. 일선교사들은 새벽에 등교한 상당수 학생들이 0교시 수업 때 잠을 자고 있으며 이후 수업까지 차질을 빚어 오히려 학습에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0교시 수업을 폐지함으로써 그만큼 학생들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학습 능률이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교들이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학교는 다 하는데 왜 없애냐고 항의할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느라 불합리한 일을 시정하지 않는 것은 학교행정의 경직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는 이제 학습내용보다 겉치레에 치우치는 이같은 구태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들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학습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교육체제를 바꿔야 한다.
교육당국의 조속한 조치를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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