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습지를 또 훼손하다니

비무장지대 안 습지 가운데서도 생태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지역으로 손꼽히는 파주시 진동면 초리 새울천 습지의 개간을 허가한 국방부의 처사는 성급했다고 본다. 재강조하거니와 강화·파주·연천의 서부권, 철원의 중부권, 양구·인제 ·고성의 동부 산악권 등 3개지역으로 되어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국제적 희귀종의 온갖 동식물이 살고 있는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이번에 개간이 허용된 새울천은 귀롱나무와 신나무, 왕버들나무 등이 분포하는 전형적인 습지 생태계로 새원앙과 재두루미·독수리 등 희귀조류와 어름치·버들치 등 어류, 구렁이·까치살모사 등 양서·파충류의 개체가 풍부한 곳이다. 새울천 주변 습지는 지난해 5월 인근 점원리 습지훼손 이후 실시한 합동조사에서 생태보존을 위해 개간하지 않기로 합의한 지역임에도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이 합의를 깨고 개간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국방부가 인근에 있는 미군 스토리사격장에 땅을 공여해 재산권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보상용으로 개간을 허가한 지역에 새울천 습지 5천여평이 포함돼 있으며 지난달 15일부터 진입로 개설 등 공사가 진행돼 습지가 이미 많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만일 이 곳이 농지로 조성되면 허가면적은 5천여평이지만 농업용수로 새울천 일대의 물을 써야하기 때문에 6만여평의 습지 전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개간지 진입로를 300m가량 개설했을 무렵 100여개의 지뢰가 쏟아져나와 지난 9일 현재 2천여평을 훼손한 채 작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농민들의 생계보장 차원에서 허가한 것’이라는 국방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김대중대통령이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DMZ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 보호지역’으로 하는 등 국제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듯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DMZ내 습지를 훼손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방부는 미확인 지뢰지대로 나타난 새울천 습지지역의 개간 공사중지는 물론 지뢰제거 작업을 우선 착수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주민들을 안전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근본원인이 주민들의 땅을 공여받은 스토리사격장임을 인식하고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도 아울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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