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30여평 남짓한 이천여성연합회 회의실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다.
가족 구성원 한명이 치매에 걸려 겪어야 했던 그들만의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사랑이 여과없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3개월 전 요양원으로 향하던 날, 가지 않으시겠다고 문지방에 걸터앉아 문을 잡고 성을 내시던 할머니, 바로 우리 외할머니를 소개하려 합니다”
김하나양(17·여·이천 양정고 1년)은 지금은 춘천의 조그만한 요양원에서 치료중인 외할머니를 더듬으며 이렇게 말꼬를 터 나갔다.
애써 참아보려지만 간간히 떨어지는 눈물은 A4용지 두쪽 분량의 원고를 적셔버렸다.
외할머니의 치매는 먼저 떠난 외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정신을 놓지 않았으나 갈수록 악화돼 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할 지경에 이른 할머니. 행여 방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면 어김없이 남겨진 대소변을 찾아나서는 당신의 자식 어머니는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으며 항상 소매자락이 눈물로 젖어 있었다.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 2개월, 외할머니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그리며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면 내 손을 다소곳이 잡아주시던 할머니의 따스한 감촉이 지금도 손 끝으로 아련하게 전해 온다”며 하나양은 말끝을 맺었다.
가정의 달인 5월 이천시여성연합회가 마련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 캠페인’은 이같은 내용의 가정을 주제로 한 얘기들이 자녀들에 의해 직접 소개됐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태속에 알게 모르게 흐트러져 가는 가족의 사랑을 추스러 담은 의미있는 시간으로 참석자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이천시여성연합회 권금자회장(57)은 “지위고하는 물론, 가진 자와 없는 자를 불문하고 모든 가정은 행복추구의 권리가 있고 꼭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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