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꼭 휴교해야 하나

스승의 날 꼭 휴교해야 하나스승의 날(15일)이 단순히 하루 쉬는 날로 점차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도 도내 1천635개 초·중·고교 가운데 175개교가 휴교한다. 스승의 날에 학교문을 닫는 학교가 지난해 보다 43개교가 늘었고, 휴업을 하지 않는 나머지 학교도 대부분 간단한 기념식을 치른 뒤 수업을 마치기로 했다.

1982년 제정된 스승의 날이 1999년 일부학교가 휴업을 실시한 이래 점차 그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측이 내세운 휴교 이유는 과거 스승의 날에 자주 있었던 촌지와 선물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해야 할 학생들이나 축하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모처럼 흐뭇한 웃음을 지어야 할 교사들 모두가 집에서 쉬어야 하니 딱한 일이다. 이날 휴교한 교사들중 일부는 공연히 오해를 사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을 터이고 스승의 날에 제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교직을 택한 것을 후회하는 교사도 있을 지 모른다.

학생들은 일년에 하루뿐인 스승의 날에 스승을 뵙지 못하는데 대해 송구스런 감정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학생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스승의 날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는 올곧은 자세로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촌지시비 차단을 이유로 학교를 휴업하는 것은 대다수 교사들의 명예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사실 교육현장에서의 촌지등 비리시비는 교사들 뿐만 아니라 국민과 사회,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교육계 자체만으로 그런 문제들이 야기될 수 없다. 따라서 스승의 날이 촌지잡음 여지를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휴교일이 된 것은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촌지문제가 단순명쾌하게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휴교방식으로 밖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우리 처지가 창피스럽다.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대다수의 교사를 위해서도 촌지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자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전래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사회·교육계가 대승적 차원의 근본노력을 기울여 이날이 진정 스승을 위한 원래의 스승의 날로 복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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