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과열을 경계한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이 아직 열흘 남았는데도 선거운동은 벌써 과열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히 과열만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불법·탈법과 합법을 가장한 교묘한 사전선거운동이 공공연히 그리고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번번이 경고조치를 하고 유권해석이나 지도안내 등을 통해 불법행위의 지적과 그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에 귀를 기울이거나 순응하는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에 따르면 올들어 도내에서 353건의 불법·탈법선거운동이 적발돼 98년 6·4지방선거기간에 적발된 341건을 이미 초과했고, 인천에서도 154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지난 6·4선거당시 동기의 8건과 비교하면 과열·혼탁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케 한다.

경기·인천지역 도처에서 연일 적발되거나 폭로되고 있는 불법·탈법사례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선거법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각 예비 후보자 진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상대방을 음해하는 수법은 점점 지능화·악랄화해가고 있다. 선거브로커들은 노골적으로 매표흥정을 벌이고 있으며 선심·향응을 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유권자들의 행태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현직 단체장들에 의한 관권개입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이런 기막힌 일들을 목도하면서 양식있는 다수 국민이 낙담하고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같은 불법·무법상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방선거의 본래 의미가 실종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수반할 게 틀림없다. 지방선거에 이어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 선거를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공직자들은 과거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관권 개입시비가 없도록 시종일관 엄정한 중립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은 철저히 하되 자유로운 선거분위기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과잉단속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공명선거의 실현은 부정선거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나라의 주인된 자세를 확고하게 할때 가능한 것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돈으로 유권자를 유혹하려 한다면 그들은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눈앞의 이익때문에 출마자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또다시 썩은 정치를 물려주게 된다는 점을 유권자들은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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