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중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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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山

중우(衆愚)정치란 말이 있다. 민주정치를 비꼬아 하는 말이다. 조직이 민주적이라고 하여 반드시 선정(善政)이 베풀어지는 게 아님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설했다. 민주적 상황에 적합한 효과적인 리더십이 결여됐을 때 일어나는 정치현상으로 민주제가 타락한 정체에 이런 명칭을 부여했다.

아테네의 타락한 민주정치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예컨대 삼두정치를 파기, 종신 독재를 노린 케사르가 그러했고 패각추방이라는 게 그러 하였다. BC 5세기 경 아테네에서는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위해 정치적 위험 인물을 투표로 뽑아 신분이나 재산은 보장하면서 일정기간 추방하는 제도가 있었다. 시민들이 아고라 광장에 모여 행사한 투표에서 당시엔 종이를 이집트서 수입해 썼을만큼 귀했으므로 조개껍질 등에 이름을 새기도록 했다. 후세에 아고라를 발굴한 결과 동일 필적의 패각이 무수히 발견됐다. 이로 미루어 그 무렵 역시 문맹자가 많았던 것을 악용한 부정투표가 자행됐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중우정치는 중세, 근세에 이르기까지 대중에 의한 정치를 혐오하는 많은 보수 정치가, 사상가들이 민주주의를 멸시하는 뜻으로 사용 하였다. 실제로 현세에서도 독재를 행사하는 나라 치고 표방은 민주주의를 내세우지 않은 독재자가 없다. 민주주의는 좋으면서도 이런 허점을 안고있다.

도내 6개 지역의 기초단체장에 대한 민주당 경선을 중앙당이 비토해 진통을 겪고있다. 선거편력, 지역신망, 자격함량 등에 문제가 심해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교체한다는 것이 중앙당의 생각이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을 내세운 경선은 민주당의 정치개혁 상표다. 이같은 지역경선을 중앙당이 무시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하향식 공천의 부활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경선 당선자들의 반발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의문이 가는 경선 당선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체 여부는 전적으로 민주당 당내 사정이므로 알바가 아니지만 중앙당 생각에 일리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역시 한국판 중우정치 경선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주정치란 쉽고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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