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말, 말’

정치지도자의 말엔 신뢰가 담겨야 한다. 말의 표현이 뚜렷해야 하고 일관성,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입장변화가 있을 땐 이유에 객관성이 분명해 보여야 한다. 이렇지 못한 정치지도자의 말은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말은 이 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점이 많다. 우선 시장주의자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않다. 시장주의의 좋은 점을 인정한다는 것과 시장주의자와는 구분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규제의 관치시장을 강조하면서 시장주의를 말하는것은 단순히 독점폐해 방지 이유로만은 설명이 안된다. 남북관계에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지 않은 적화통일을 전제로 연방제를 해석하고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고려연방제에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전후가 맞지않아 도시 무슨 뜻인지 알수 없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건 기소중지자의 전화청탁을 두고 “옳은 일은 아니나 양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강변에선 그의 양식은 도대체 뭣인지를 의심케 한다. “부산·울산 광역단체장 선거중 1곳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 받겠다는 약속은 유효하다. ∼부산시장 떨어지면 후보직을 내놔야 한다.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해달라”고 했던 게 “부산시장 선거가 대선의 전단계처럼 얘기되는데 대선은 그 다음 문제이다”라고 말이 달라졌다. 재신임 약속이 무효화 된 논거가 희박한 것은 말이 너무 헤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에 대한 정치공세는 망발의 극치다. “야당의 정치공세 회피에만 급급, 민주당과 청와대만 몰아 붙인다”는 비난은 명색이 대통령 후보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설령 당과 청와대가 대통령 아들들 비리수사를 정치공세로 호도해도 품격있는 대통령 후보라면 그 자신만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비리추궁이 정치공세일 수 없고, 또 야당에 어떤 혐의점이 있으면 고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잘못된 과거의 검찰을 탐닉한 잘못된 미련을 그 역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의 이해되지 않은 근래의 말은 이밖에도 많다. ‘현장논리’란 것을 말한 적이 있다. 정치인 대 정치인끼리의 말이라면 현장논리, 즉 상황논리의 트릭이 있어도 상대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피해를 입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다르다. 오로지 실체만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에 트릭이 끼면 신뢰를 잃는다.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말에도 지적할 허점은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말은 흡사 ‘내 맘’이라는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민주당 당내 일각에서 조차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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