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방역청’설립해야 한다

최근 안성·용인·충북 진천 등지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동·식물 방역청’설립을 서두르게 한다. 지금 우리 농·축산업과 국민건강은 개방화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농·축산물 교역과 구제역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검역대상 동물전염병의 경우 1995년 58종에서 최근 150여종으로 늘었다. 식물전염병도 224종에서 1천800여종으로 동·식물 방역 및 검역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동·식물 검역체계가 농림부·농촌진흥청·국립수의과학검역원·국립식물검역소·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어 독립적 권위를 갖고 국경 검역 및 국내 방역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구제역은 사료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는데도 사료검역이 식물검역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동·식물의 국경검역은 수과원과 식물검역소, 국내 방역은 농진청과 지자체로 분산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병해충 차단이 힘들다.

수의직이 한 명도 없는 시·군 지자체가 42%에 이를 정도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중앙방역조직과 방역실행기관인 지자체간의 연계가 잘 안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민원을 우려해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는 것도 심각하다. 그러니까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계절병처럼 발생하는 구제역과 콜레라 등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우리 나라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농무부 산하에 7천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동·식물 방역청을 두고 동물과 식물의 검역 및 질병방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덴마크도 농수산식품부 직속으로 수의식품청을 설치, 동·식물의 검역과 질병관리 및 식품안전성검사를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구제역 발병으로 양돈산업이 몰락할 정도의 일대 홍역을 치른 대만은 동·식물방역과 검역, 도축장 위생, 동물약품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는 동·식물방역검역국을 농림위원회 직속으로 설치했다. 우리 나라는 동·식물방역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중 개정법률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논리에 밀려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작은 정부는 물론 좋다. 하지만 시대 상황에 맞는 방역 및 검역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식물방역청 설립은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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