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른 ’대박의 꿈’

일가족 4명이 무참히 살해된 중미산휴양림 화재사건은 헛된 ‘대박’의 꿈과 비뚤어진 자녀교육열, ‘교수’라는 사회지도층 신분에 대한 무분별한 맹신 등의 풍조가 어우러져 빚어낸 살인극으로 일단락됐다.

정모씨의 잔인한 살인동기는 수년전부터 서울 모 대학 명예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등을 사칭, 서울 개포동, 일원동, 성남시 분당 등지의 테니스장을 돌며 그야말로 ‘돈좀있는’사람들의 허황된 꿈을 교묘히 이용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강원도 정선카지노 총지배인 내정’, ‘어린이 두뇌개발연구단체 설립’,‘한미 정부 공동 암치료개발 벤처업체 설립’이란 정씨의 거짓 사기아이템은 정씨가 사회 지도층의 ‘교수’라는 신분에 묻혀 투자자들을 모으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숨진 소씨 일가족은 현재 정씨의 사기행각에 말려든 6명의 투자자 중 극단적인 예에 불과했다.

경찰이 밝혀낸 정씨의 사기금액은 숨진 소씨의 투자금액 3억여원을 비롯, 모두 5억여원에 달하지만 신분노출을 의식한 피해자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공범혐의를 받고 있는 공무원 현모씨(41)와 서울 모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6·여)가 사건당일 범행에 나선 정씨를 자신의 승용차로 휴양림까지 태워다준 뒤 사건이 터졌음에도 정씨의 잇따른 이상한 행동에 전혀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현씨와 김씨의 주장)에서도 보여주듯 정씨가 곧 ‘신격화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일명 ‘정교수’에 대해 얼굴을 아는 사람은 수백여명이었으나 여러명으로 드러난 투자자중 내연관계 여성조차도 핸드폰과 신분증이 없는 정씨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전무했으며 “간첩같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정씨가 텃세가 심한 부유 아파트촌 테니스장에서 ‘교수’라는 거짓신분이 가져오는 남다른 대우(?)가 좋았다고 표현했듯이 우리사회의 신분적 계층형성의 잣대가 얼마나 어리석은 범죄의 표적이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양평=조한민기자 hm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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