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중단 요구의 허구

정쟁의 어의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권쟁탈을 포함한 정치상의 주의 주장 등에 관한 다툼과 인신비방 흑색선전은 다르다. 전자는 정쟁이지만 후자는 정치모략이다. 정쟁은 정당정치의 상궤다. 반대로 정치모략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배격해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는 31일 개막되는 월드컵축구대회기간 중의 정쟁중단 요구는 상궤에 어긋난다. 대통령 아들들 비리 규명을 정쟁으로 우기는 것도 당치 않다.

월드컵을 빙자한 정쟁중단 요구는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홍걸씨 관련의 최규선 게이트와 홍업씨 비자금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암수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가 앞으로 포스코 주식을 살때 홍걸씨의 역할, 관련 정·관계 인사들의 대가성에 초점이 접근하면 필연코 정치권도 조용할 수는 있다. 특히 핵심인물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TPI주식 2만3천주를 차명으로 받은 것 외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최규선씨의 부인에도 20만달러 제공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체포는 진위에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된다.

더욱이 6·13 지방선거는 오는 28,29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가열이 노골화되고 여·야가 12월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지방선거 기간엔 월드컵대회가 겹친다. 민주당은 그래서 지방선거를 월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비판과 주장, 즉 정쟁없이 치르겠다는 것인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에 패배해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재신임 여부의 절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노 후보 보호를 위해 벌써부터 나서고 있지만 역시 필사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다. 지방선거의 중대성은 한나라당 또한 다를바가 없다. 여야의 배수진이라 할 지방선거가 이처럼 월드컵 기간에 있는 마당에 월드컵을 구실로 요구하는 정쟁중단이란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알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과열양상이 우려되는 터에 정쟁중단의 허구보다는 오히려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고 국민이 보기에도 좋다. 만약 정쟁이란 게 앞서 밝힌 정치모략을 의미한 것이라면 이미 국민이 식상해 굳이 월드컵 기간이 아니어도 추방해야 할 과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객적고 부질없는 정쟁중단의 소릴 더 내세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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