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태극전사 엿보기/이을용(부천SK)

98년 부천 SK에 둥지를 틀때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이을용.

축구가 싫어 그라운드를 등졌다가 다시 축구화를 신기도 했던 이을용은 청소년대표-올림픽대표 등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대부분의 국가대표와는 다른 행로를 걸어왔다.

이을용은 94년 강릉상고 졸업을 앞두고 축구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기로 됐으나 ‘실력외적인’요인이 작용하면서 대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강원도 산골짜기의 황지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강릉중, 강릉상고를 거치면서 오로지 축구가 좋아 축구공에 매달렸던 이을용은 이때부터 어긋나기 시작, 축구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됐다.

이런 이을용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두번째 좌절이 찾아왔다.

대학간판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축구에 매달렸으나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로 청소년대표팀에서 탈락했고 이 충격은 스무살 산골청년을 그라운드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축구와 이별을 고한 이을용은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방황하게 됐고 오로지 환락을 추구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까지 할동하면서 지금까지 겪은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그러던 이을용이 95년 한국철도 이현창 감독에 의해 다시 축구로 돌아오게 됐다.

고교시절 이을용의 기량을 높이 샀던 이 감독은 전지훈련차 강릉에 머물다가 소식을 접한 뒤 이을용이 웨이터생활을 하던 제천까지 몸소 찾아가 설득했다.

이을용은 이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한국철도(당시 철도청)소속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상무를 거쳐 97년 말 프로축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부천의 지명을 받았다.

97년말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이을용은 98년부터 부천 SK 막강 미드필더의 일원으로 활약했고 99년 3월 경기종료 직전 김도훈의 결승골로 세계 최강 브라질을 1대0으로 이긴 경기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제 이을용은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선수중 한 명이다.

176㎝, 69㎏으로 뛰어난 체격은 아니지만 체력이 뛰어나고 넓은 시야에 패싱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히딩크 사단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일부 축구전문가들은 이을용이 공격적인 플레이가 부족하며 플레이중 집중력이 흐트러져 어이없는 패스미스가 나오기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90분내내 줄기차게 뛰는 것을 바라는 히딩크 감독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수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전지훈련 이후부터는 한번도 대표팀에서 제외되지 않은 것은 히딩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대변해주고 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프로필>

생년월일=1975년9월8일

체격조건=176㎝/69㎏

출신학교 및 클럽=황지초-강릉중-강릉상고-한국철도-상무-부천 SK

국가대표팀 데뷔=99년3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대표팀 경기출전 횟수=17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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