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낫 놓고 기역(ㄱ)자도 알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웬만한 단어나 간단한편지는 쓸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쁘고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오산시 노인복지회관은 한글을 깨우치기 위해 침침한 눈을 부릅뜬 채 이교숙 지도교사(52)의 손동작 하나라도 놓칠새라 촌각도 게을리 하지 않은채 배움을 향한 할머니들의 향학열로 가득하다.
이들은 일제시대와 6.25사변 등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60∼70대 할머니들로 ‘까막눈 탈출’을 위해 오산시가 매주 월·수·금요일 운영하는 한글교실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출석해 하루에 2시간씩 한글쓰기와 읽기, 셈, 일반상식 등을 배우고 있다.
할머니들의 한글 공부를 맡고 있은 이교숙 교사(전 오산중 교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제1기 한글교실에 이어 올해 제2기 수강생 35명과 호흡을 함께 하며 한자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8개월간의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글교실은 지난해 37명이 등록, 34명이 수료했으며, 기초과정을 마친 상당수 할머니들이 상가간판이나 버스행선지를 읽거나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더 나아가 평생 한으로 맺혔던 까막눈을 뜨게 해 준 지도교사에게 친필로 고마움을 전하는 할머니들의 감사의 편지가 잇따르고 있다.
‘나이들어 배운다는 것이 부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하루하루 한글을 익혀갈수록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최근 지도교사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낸 한 할머니는 “그동안 쉽지는 않았지만 한글을 깨우치고 보니 눈이 하나가 더 생긴 것 같고 세상이 밝게 보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오산=조윤장기자 yjch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