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청부살인사건 용의자의 사설탐정 노릇을 한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실정법규에 따라 업무를 집행해야 할 경찰관이 사적(私的)으로 돈을 받고 현직 판사를 1년간 미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자신의 집 앞에서 납치된 지 열흘 만에 하남시 야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하모양 사건과 관련, 현직 판사인 자신의 사위가 숨진 하양과 불륜관계라고 의심했던 윤모여인이 구로경찰서 경찰관 5명은 시켜 1년동안 사위를 미행케 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부탁으로 피살자 주변 인물을 수차례 미행, 그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용의자의 피의사실을 방조한 꼴이 됐으니 경악할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현직 경찰관 5명이 윤여인의 부탁을 받고 1년동안 피살자 주변 인물을 미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3명을 파면하고 2명을 보직해임 조치했을 뿐 형사입건하지 않고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경찰서는 하양의 살인범을 잡는데 수사력이 모자라 사건 마무리 시점에서 처리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예방은 물론 모든 사건의 완벽한 수사와 철저한 처리를 기대해 온 우리로서는 하양 피살사건의 전후를 보면서 일종의 배심감과 함께 허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김대중 정권이후 공공기관의 기강이 해이되고 있다는 말을 새삼 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한 민생사건 수사와 빈틈없는 내부관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경찰에서 상식밖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국민을 극도의 불안감에 빠지게 한다.
경찰 수뇌부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민생치안확립 다짐에도 불구하고 왜 범죄가 갈수록 증가만 하고 있는지, 경찰이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왜 불신을 씻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권력 행사가 탈법적으로 사리(私利)를 추구한다면 공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고 시민의 신뢰나 협조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문제를 따져 지위고하를 불문, 엄중한 사법처리가 있어야 한다. 사건의 엄정처리와 경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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