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선거관리위원회가 6월13일의 지방선거 투표율 제고에 벌써부터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직 후보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미 각 예비 후보진영간 벌어지고 있는 상호비방 등 과열조짐과 비교하면 유권자들이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래서 95년 6·27 선거때만 해도 63.2%(경기)와 62%(인천)를 기록했던 투표율이 IMF 경제위기로 50%(경기)와 43.2%(인천)까지 떨어졌던 98년 6·4선거때의 투표율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와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을 떨어뜨릴 만한 이유는 많다. 연이어 터지는 단체장들의 비리와 후보들의 무자비한 상대 헐뜯기, 그리고 원칙없는 당적 바꾸기로 선거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가 깊어졌다. 역사가 짧아 지방자치에대한 국민의 인식도 아직은 낮다. 게다가 이번 선거기간에 국제행사인 월드컵 축구경기가 겹쳐 국민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면 유권자들의 선거관심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임시휴일인 투표일이 목요일이어서 샌드위치 연휴를 즐기려는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경우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의 현저한 하락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잖아도 미숙한 지방자치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주민들의 무관심한 선거로 당선되는 사람은 민의를 가볍게 알고 자의에 흐를 소지가 많아진다. 반면에 선거를 외면하는 유권자들은 당선자를 민의의 대변자로 인정하지 않고 냉소하게 되기 쉽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를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당과 후보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지를 먼저 궁리하고 행동해야 옳다. 비방과 흑색선전이 표를 모으는 시대는 갔다. ‘누구를 뽑은들 세상이 좋아지겠느냐’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후보들은 진솔한 말과 태도로 유권자들을 만나야 한다. 유권자들도 생각을 고쳐 잡아야 한다. 타락한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투표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표로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인물을 뽑고 당선자가 하는 일을 철저히 감시해야 지방자치도 발전하고 나라도 부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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