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의 ‘호위’는 그의 아버지 ‘호질’과 함께 청렴하기로 유명했다. 호위는 형주 태수를 지낸 높은 관리인데도 살림이 궁색했다. 호위가 한번은 아버지를 뵙기 위해 나귀를 타고 단신으로 고향에 내려 갔다. 아들의 초라한 행색을 딱하게 여긴 아버지 호질이 평소 아끼던 명주 한필을 꺼내주며 그동안 절약해서 장만한 물건이니 다른 생각 말고 살림에 보태 쓰라고 일렀다. 그러나 호위는 그 명주를 받아 아버지의 부하에게 선사하며 아버지를 돕느라 고생이 많다고 치하했다.

위나라 임금 무제가 이들 부자의 청렴을 소문으로 듣고, 아들 호위를 불러 “아버지와 아들 중 누가 더 깨끗한가 ”하고 넌지시 물었다. 호위는 감히 아버지와 자신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고 고개 숙이면서 대답을 했다.

“저는 자신의 청렴함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아버지는 그 반대입니다. 당신의 청렴이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합니다.”과연 ‘부전자전’이라고 무제가 탄복하였음은 물론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에서 “청렴하다는 것은 천하의 큰 장사라, 크게 탐욕한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깨끗하고 의연한 삶의 가치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이상 큰 장사는 없을 것이다.

왕년의 축구스타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 선수가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월드컵구장을 누비는 것은 부전자전이다.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스크린·TV브라운관에서 인기를 모으는 것도 아버지(영화배우·최무룡)를 닮은 부전자전이다. 영화배우 이덕화씨가 아버지(영화배우·이예춘)를, 허준호씨가 아버지(영화배우·허장강)를 닮은 부전자전이어서 올드팬들로 하여금 향수에 젖게 한다.

우리 주위에는 부전자전의 경우가 참으로 많다. 문학평론가인 서울대 박동규 교수도 아버지(시인·박목월)를, 시인 황동규씨도 아버지(시인·황순원)를 닮은 전형적인 부전자전이다. ‘그 아버지에 그 자식 ’이라고 하는 게 세상 인심인데 요즘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아버지를 곤혹스럽게 하는 김홍걸씨 등 대통령 아들들은 생각할수록 철없는 위인들이다. 위나라의 ‘호질’‘호위’부자간의 부전자전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