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진출 32강 전력분석/아르헨티나,아일랜드,카메룬

아르헨티나

남미 지역예선에서 맨 먼저 본선행 티켓을 따낸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 우승후보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아르헨티나는 38년 3회 프랑스대회부터 54년 5회 스위스대회까지 3차례를 제외한 역대 월드컵 본선에 빠짐없이 출전, 4차례 결승에 올라 78·86년 두차례 우승컵을 안았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지역예선에서 삐걱거렸던 브라질과는 정반대로 순탄한 길을 밟아 가장 먼저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고 이런 성적이 반영돼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브라질과 함께 프랑스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아르헨티나가 마라도나가 뛸 때보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든 위치에 세계 정상급 스타플레이어가 포진해 있고 프랑스 월드컵 직후 지휘봉을 잡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지난 4년동안 콧대높은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3-4-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3명의 수비수를 제외한 7명의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진을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킨다.

‘득점기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클라우디오 카니자, 아리엘 오르테가 등 막강의 공격라인을 갖추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후안 베론이 중심을 이룬 허리에는 마티아스 알메이다와 디에고 시메오네, 하비에르 사네티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세계 최고의 허리를 구성했다.

세밀한 개인기가 출중함은 물론 체력도 뛰어나 공수 전환이 빠르고 크리스티안 곤잘레스와 파블로 아이마르 등 대체 멤버들도 흠잡을데 없다.

쓰리백은 로베르토 아얄라와 후안 파블로 소린, 왈테르 사무엘이 맡으며 로베르토 보나노와 파블로 카바예로가 주로 맡던 골키퍼에 헤르만 부르고스가 가세하면서 주전 수문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죽음의 F조’에서 잉글랜드와 스웨덴, 나이지리아에 함께 속했으면서도 16년만에 정상 재등극이 가시화되는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사태에 따른 경제난으로 친선경기를 자주 가질 기회가 없어 조직력을 증대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 걸린다.

또 비엘사 감독의 출중한 지휘력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터져나오는 스타플레이어의 돌출행동도 고민거리./정민수기자 jms@kgib.co.kr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못잖은 수비력을 앞세워 이번 월드컵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유럽의 복병.

한·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죽음의 조’로 불린 유럽예선 2조에 속했으나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포르투갈과는 2무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월드컵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1승1무로 압도하면서 8년만에 통산 3번째 본선에 올랐다.

이처럼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한 덕분에 아일랜드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8위에 올랐던 최고 성적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후한 평가까지 받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행 실패 후 50위권까지 추락했지만 5월 현재 체코와 공동 15위에 오를 만큼 가파른 상승세에 있다.

90년, 94년 월드컵 본선 9경기에서 경기당 0.78골만을 실점한 아일랜드는 이번 유럽예선 10경기와 플레이오프 2경기 등 12경기에서 단 6실점, 평균 0.5실점으로 ‘자물쇠수비’가 강점.

웬만한 공격력으로 아일랜드의 골문을 공략하기가 힘들다는 점은 유럽예선에서 공격적인 스타일의 네덜란드가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한데서 이미 증명됐다.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가운데 이언 하트와 스티브 스톤턴이 막강한 포백 수비라인을 이끌고 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로이 킨을 중심으로 득점력과 경기운영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춘 조직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젊은 골키퍼 셰이 기븐 역시 어디 내놓아도 처지지 않는 기량을 자랑한다.

올해 31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인 킨은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고 있는 백전노장으로 그의 출장 여부에 따라 전술이 달라질 정도로 팀에서 비중이 크다.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이번 예선에서는 스트라이커들을 제치고 팀 내 최다골인 4골을 넣을 정도로 발끝 또한 매섭다.

‘샛별’로 떠오른 로비 킨과 데이비드 코놀리, 90년 이탈리아 월드컵때부터 뛰고 있는 35세의 노장 닐 퀸 등이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공격에서 폭발적인 스트라이커가 없어 수비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카메룬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한·일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카메룬은 2002 아프리카네이션스컵대회를 제패하며 다시 한번 막강한 실력을 과시했다.

카메룬은 이 대회에 파트리크 음보마, 사뮈엘 에토오 등 주전 멤버들을 모두 합류시켜 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조직력을 가다듬었고 다른 아프리카 본선 진출팀 중 가장 안정된 공수 균형을 이룬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3-5-2 시스템을 사용하는 카메룬은 최전방에 황금 콤비 음보마와 에토오가 서고 미드필더에는 젬마-올렘베-마이어-은지타프이 공격에 가담하며 비비앵 푀가 한걸음 뒤처져 공수를 조율한다.

카메룬 공격진의 가장 큰 장점은 미드필더진이 상대 압박 수비에 막히더라도 투톱 음보마와 에토오만으로도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

음보마와 에토오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가 달라붙으면 개인기로 문전을 돌파, 득점으로 연결시킨다.

5성장군같은 인상을 주는 음보마가 높은 골결정력을 자랑한다면 에토오는 측면과 문전을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화려한 개인기로 뒤따라 들어오는 팀동료에게 완벽한 슈팅 찬스를 만들어 준다.

네이션스컵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부상한 음보마 대신 피우스 은디에피가 출전, 골결정력은 음보마에게 뒤지는 듯 했지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날카로운 돌파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상대수비가 압박할 때는 월등한 개인기로 게임을 풀어가는 플레이메이커가 눈에 뛰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에투가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차토-워메-리고베르 송이 견고한 쓰리백을 형성하고 있는 카메룬의 수비라인은 유기적인 조직력을 갖춘 유럽형이라기 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한 남미형으로 유연한 몸놀림을 갖춘 이들 수비수를 돌파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이처럼 개인 기량이 뛰어난 카메룬팀을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은 지난 해 부임한 독일 출신 빈프리트 셰퍼 감독이다.

모래알 같았던 선수들을 훌륭하게 조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셰퍼 감독은 네이션스컵을 품에 안으면서 다시 한번 명성을 쌓았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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