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진출 32강 전력분석/나이지리아,잉글랜드,스웨덴
나이지리아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하며 아프리카 축구의 위상을 드높인 나이지리아는 이미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를 굳힌 누앙쿼 카누, 오거스틴 ‘제이제이’ 오코차와 함께 신예 줄리우스 아가호와라는 새 날개를 달았다.
이들은 지난달 초 말리에서 끝난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3위를 차지했지만 선수 전원의 탄탄한 개인기를 검증받았다.
3-5-2와 4-4-2 포메이션을 번갈아 사용하는 나이지리아의 공격 선봉은 적진 깊숙이 포진하는 ‘그림자 스트라이커’ 카누.
여기에 오코차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중앙에 배치돼 중앙돌파와 날카로운 패싱으로 상대수비를 교란한다.
이중 올해 20살이 되는 아가호와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상대 문전 중앙에서 움직이는 아가호와는 상대 수비가 집중돼 찬스가 생기지 않으면 측면으로 빠져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수비수들이 이들 3명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좌우 미드필더인 가르바 라왈이 문전에서 흘러나오는 볼을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득점과 연결시킨다.
수비라인은 이페아니 우데제-아이작 오코롱쿼-타리보 웨스트-조지프 요보로 구성되며 왼쪽 수비수 우데제가 주로 수비에 치중하는 반면 오른쪽 수비수 요보는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
이 때문에 수비라인은 포백보다는 쓰리백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상대의 기습적인 역습에 수비로의 전환이 늦어져 순간적인 숫적 열세에 처해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네이션스컵 준결승에서 빠른 공수 전환을 보인 세네갈에 역습을 허용,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1대2로 패했다.
강한 상대를 만나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조직력보다는 개인기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단점.
나이지리아는 네이션스컵 대회 이후 아데그보예 오니그빈데 감독을 영입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신예를 대거 기용, 신구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프리카대륙 출전팀 중 가장 화려한 개인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등 강팀들이 즐비한 F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잉글랜드
잉글랜드는 축구를 탄생시키고 규칙을 만들어 현대적 모습을 갖추게 한 ‘축구 종가’이면서도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어 66년 홈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이후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이룬 4강이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등 2명의 ‘천재’와 ‘종주국’의 자존심을 버리면서 영입한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에 의해 우승후보에 이름을 올릴만큼 막강한 전력을 갖췄다.
지난해 1월 지휘봉을 잡은 에릭손은 그해 9월 독일과의 지역예선 2차전에서 5대1의 대승을 거두며 140년 잉글랜드 축구사상 최악의 불명예로 여겼던 외국인 감독 영입을 ‘사상 최고의 결정’으로 바꿔 놓았다.
잉글랜드는 기존에 힘을 바탕으로 한 ‘킥 앤드 러시’에서 탈피, 짧고 정교한 패스 위주의 조직력으로 재무장했고 이런 조직력의 선봉에 선 스타가 바로 베컴과 오언.
공격형 미드필더 베컴은 뛰어난 체력과 정교한 패스, 그리고 강력한 슈팅 능력을 겸비해 지네딘 지단(프랑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등과 함께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잉글랜드의 핵심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오언은 100m를 10초8에 주파하는 스피드와 각도를 가리지 않고 골을 터뜨리는 등 탁월한 감각을 지녀 세계 최고의 ‘킬러’로 평가받으며 지난 22일 한국전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로 선제골을 빼낸 주인공.
잉글랜드의 포메이션은 베컴을 오른쪽 날개로 포진시키고 오언을 에밀 헤스키와 함께 투톱으로 내세운 4-4-2 전형.
그러나 빠르고 강한 패스워크와 강한 체력을 앞세운 세계 정상급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다소 약하다는 사실이 잉글랜드를 프랑스, 아르헨티나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이유다.
솔 캠블, 리오 퍼디낸드 등이 포진한 수비수는 제공권 장악과 거친 몸싸움에는 능숙하지만 빠른 측면 돌파나 예리한 센터링에는 불안감을 드러내 우리 국가대표와의 평가전에서도 측면돌파에이은 센터링으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잉글랜드의 최대 고민은 베컴과 오언에 대한 지난친 의존도로 이들이 집중 수비를 당하면 공격의 활로를 찾아내기가 다소 어려워진다는 점./정민수기자 jms@kgib.co.kr
스웨덴
통산 10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지금까지 9차례 본선 무대에 올라 무려 5번이나 5위권내에 진입한 강국이지만 최강의 전력으로 우승 후보 1순위에 올라있는 아르헨티나, ‘축구 종가’ 잉글랜드, ‘검은 돌풍’ 나이지리아 등과 함께 월드컵 사상 최악이라는 ‘죽음의 F조’에서 16강 진출 티켓을 다퉈야 한다.
더구나 94년 미국 월드컵 3위 이후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90년대 후반들어 침체의 길을 걷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85년 이후 5무3패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잉글랜드가 자국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했다는 점도 바이킹의 후예들을 긴장시키는 점.
하지만 98년 예선 탈락 이후 공격축구에서 수비축구로 실용노선을 채택한 스웨덴이 결코 만만한 팀은 아니다.
전통적인 4-4-2 시스템을 활용하는 스웨덴은 예선 10경기에서 단 3골만 허용한 철벽 수비와 두터운 미드필드진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4명의 수비진들은 철저한 대인 마크를 통해 상대의 패싱 루트를 차단, 그물 수비를 펼치며 수비진을 이끄는 중앙 수비수 파트리크 안데르손은 경기 전체를 조율하면서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만능 플레이어로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벤치를 지켰던 골키퍼 망누스 헤드만도 예선 경기에서 단 한차례도 교체되지 않는 안정감을 보였고 프레드리크 륭베리, 니클라스 알렉산데르손, 다니엘 안데르손 등 미들필드진도 탄탄하다.
지난 94년 대회에서 참가국 가운데 15골로 최다골을 기록했던 공격력은 지역예선 10경기에서 20골을 올렸지만 몰도바, 마케도니아, 슬로바키아 등 약체들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지고 탄탄해진 수비에 비해 다소 처진다.
또 헨리크 라르손, 마르쿠스 알바크의 투톱을 빼면 상대팀을 위협할 만한 스트라이커도 없으며 8년전인 94년 멤버가 아직도 10여명 가까이 되는 등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것도 스웨덴의 아킬레스건./정민수기자 jm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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