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둘째아들 홍업씨에 대한 소환을 월드컵축구대회 뒤로 미루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수동씨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김대웅 광주고검장 사법처리도 연기됐다. 이미 혐의가 파악된 고위 검찰간부를 월드컵대회가 열리는 한달동안이나 더 현직에 있게 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홍업씨의 소환을 미루는 것도 사회정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특히 홍업씨에 대한 수사는 차정일 특검팀이 제기한 사건이다. 검찰수사에서도 이미 김성환씨가 16억원을 차명관리하면서 돈 세탁까지한 혐의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의 연기방침은 서릿발 같은 처리를 기대한 것에 비해 거리가 있긴 있다.
그러나 이를 물타기로 보는 관측은 동의하기 어렵다. 더욱이 정치권의 반응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검찰은 야당의 시녀’라며 당치않은 비난을 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잘하는 일로 말하고, 검찰수사를 달갑게 보던 한나라당이 이젠 여론 잠재우기로 말하는 것은 당리 당략적 관점이다. 검찰은 정치권의 중립에 서야한다는 지론을 평소 가져온 본란은 이같은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가 사회공익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믿어 경계하는 것이다.
또 소환연기는 수사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검은 홍업씨의 비리수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중대한 비리혐의가 더 밝혀지면 월드컵대회 기간이라도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사에는 기법상 리듬의 조율이 있다. 검찰 수사가 월드컵기간을 이런 기간으로 잡고자 한다면 그것은 검찰 내부의 재량에 속한다. 외부에서 지나친 독단적 시각으로 폄훼하는 건 유익하지 않다. 대통령 아들들 비리규명은 소모적 정쟁이 아닌 것은 맞지만 검찰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의 자의적 작용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검찰은 이미 과거의 검찰상과는 다른 자구적 기풍의 노력을 기울여온 흔적을 많은 국민들이 감지하고 있다. 그간의 수사에서도 권력 핵심의 반발이 없지 않아 상당한 고전을 겪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제 와서 부당한 외압에 눌려 소신을 왜곡하는 일은 그간의 노력에 흠집이 간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본연의 자긍심을 살리기 위해서도 신념을 굽히는 처사는 없을 것으로 안다. 가당치 않은 시각, 부당한 간섭은 오히려 검찰권의 독립을 저해한다. 검찰수사를 긍정적으로 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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