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부부.형제간 신장이식 잇따라

이종복·김종녀 부부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환하게 웃고있다.

“제 신장을 떼어 어머니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모자를 비롯한 가족간 사랑의 신장이식수술이 잇따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지난 28일 군복무중인 이경식 상병(21)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계신 어머니 김용산씨(42·인천시 남구 용현동)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었다.

이 상병은 어지러움증과 체중감소 증상 등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는 홀어머니를 위해 휴가를 내고 달려와 인천 가천길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보증금 50만원에 월 10만원의 사글세 집에 혼자 살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김씨는 “올바르게 장성한 아들을 보니 그 어떤 억만장자도 부럽지 않다”며 아들의 손목을 꼭 잡았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이 병원에서는 남편이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기도 했다.

지난 94년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만성신부전증까지 얻어 다니던 주물공장도 그만두고 투병생활을 하던 이정복씨(42·인천 서구 가정동)가 부인 김종녀씨(39)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것이다.

성공리에 수술을 마친 김씨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지만 부부는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돼 주어야 한다”며 “신장이 2개인 것은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 나누어 주라는 의미로, 남편에게 신장을 주게 돼 무척 기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길병원 일반외과 박연호 교수는 “대부분 혈액형이나 조직검사가 맞지 않아 부부간의 신장이식은 극히 드물다”며 “남다른 부부애가 하늘까지 감동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박상철씨(22·학생)가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고 복막투석을 해오던 친형 상만씨(28·충북 제천시 고명동)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었다.

형이 병마와 싸우면서부터 대학 졸업도 뒤로 미룬 채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 박씨는 “나의 신장을 떼어줘 형이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서향순 사회사업실장은 “신장이식을 한 가족들은 한결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가족애 만큼은 여느 가정 못지 않다”며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하는 가슴 뭉클한 사연들” 이라고 말했다./류제홍기자 hyou@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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