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기간 파업 자제하라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 일부의 파업투쟁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국제 축제기간 중 정부의 노사분규 자제요구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인천지역에선 민노총의 보건의료노조 산하 대학병원들과 택시노조 등 48개 사업장에서 1만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투쟁노선으로 치닫는 등 파업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병원노조들은 임금인상(12%)과 주5일제 근무 도입에 따른 인력충원, 그리고 유니온샵 형태로의 노조전환 등을 요구하고 교섭 진전이 없을 경우 응급실 등에 배치된 필수인력까지 빼내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또 완전월급제 시행 등을 놓고 파업중인 택시노조도 월드컵에 상관없이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을 강조하며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주시하는 월드컵 대회 운영이 노·사의 물리적 충돌로 차질을 빚고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 손님을 초청한 개최국의 국민으로서 할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그같은 강경투쟁의 모습이 국가의 신인도와 기업환경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도덕적으로 합당하지도 않고 슬기롭지도 않은 행위이다.

물론 월드컵 기간이라고 해서 노사분규가 없을 수는 없다. 노사분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월드컵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유보시키는 근거가 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노조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호기로 사용한다면 성공적 축제를 바라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총 수원지부가 최근 월드컵 기간 무파업과 분규행위 중단을 선언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월드컵 기간에 분규를 자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 모두가 월드컵 홍보요원이자 진행요원의 자세로 봉사하기로 한 것은 본받을 만 하다. 88올림픽이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계기였다면 월드컵 대회야말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고 대외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대회는 우리만의 행사가 아닌 국제적 축제다. 벌어진 싸움판도 거두고 흥겨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성숙된 시민의 예의이며 기본자세다. 월드컵 대회의 성공을 위해 노동계의 대승적 자세를 기대한다. 타결안된 임·단협은 7월로 미뤄 최소한 월드컵 기간중 분규는 없기를 당부한다. 사용자측 또한 월드컵을 빌미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사는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해 월드컵을 축제로 치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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