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오기’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자신의 언어 수사에서 좋아한다는 역설법, 반어법, 과장법을 좀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언어의 수사에 그같은 기법이 있긴 있지만 욕설이 그 범주에 드는 것은 아니다. “깽판”이니 “아이쌍’이니한 부평·부산발언이 패러독소나 변증법적 논리라 할 수는 없다. 또 과장법에도 법칙이 있다. 쟁점의 다툼에서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백발삼천장’의 예처럼 쟁점이 없는 표현에서만이 비논리적 과장이 허용될 뿐이다.

그의 황폐한 말투는 다분히 작위적이다. 대중에게 일부러 서민풍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탈에도 품격이 있다. 알아듣기 쉬운 서민용어 구사와 잡배 투의 욕설은 엄연히 구분된다. 걱정스런 것은 품성이다.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성품은 곧 오기다. 부산에서 “깽판이라는 말을 했다가 (언론에)혼이 났는데 속이 쓰리고 해서 깽판이라는 말을 한번 더 하겠다”며 (특정인을 가리켜) “남북대화를 깽판 놓고자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상대 당 후보를 비판한 것은 그의 양식과 책임에 속한다. 그러나 우정 “깽판”이란 말을 굳이 더 쓴 반발은 오기심의 확산이다. 이런 품성이 과연 대통령후보로 합당한 것인지는 듣는 이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나 나라의 체면을 앞서 고려해야 한다. 노 후보는 어느 교육청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관료사회의 문제점으로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지적이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자신도 남의 말을 좀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도 천박한 말투의 자제 권고를 했음에도 무시하는 옹고집은 어떤 불안감마저 갖게 된다.

현장논리를 내세워 말 바꾸기가 예사인 것도 모자라 욕설까지 일삼고도 소피스트적 궤변으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정권 장악을 지향하면서 아집과 독선의 면모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다. 하지만 설사 독선과 아집을 접는다 하여도 그것이 진면모의 자기 개혁인지를 의심해야 할 불행한 지경이 됐다.

노 후보는 자만의 착각에 빠진 것 같다.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거친 언어구사가 민중에게 호감을 주는 것으로 안다면 그 역시 큰 착각이다. 국민 대중에게 군림하는 안하무인의 큰 결례로 비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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