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아무래도 각 정당들이 6·13지방선거를 대선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연말의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고는 하지만 각 정당이 지방선거용으로 내놓은 공약을 보면 어이가 없다.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국민의 인권보장 및 권리구제 강화’‘권력층의 주변관리 철저’ ‘1인2표 정당명부비례 대표제 도입’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게 무슨 지방선거와 관계가 있는가. “교원정년을 단계적으로 환원하겠다”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 말 자민련과 함께 교원정년 연장법안을 공동추진하다가 막판에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미룬 것 아닌가. 민주당에 대한 정치공세로 내놓은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자민련도 착각이 심하다. 내각제 추진이 지방선거에 무슨 연관이 있는가.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 ‘대통령 직계 존비속재산공개 의무화’ ‘검찰총장 국정원장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실시’ ‘국가보안법 존속’등은 지방선거와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들이다. 재탕공약도 실소를 자아나게 한다. 한나라당이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 자제 및 신용카드 이자율, 연체 이자율, 수수료 인하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이미 금융감독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5월24일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민주당의 경부고속도로 및 호남선 전철화 완료 공약은 ‘서울∼대구 2004년 개통, 대구∼부산 2008년 완공’이라는 정부방침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을 동북아 중심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 역시 공항 설계단계에서부터 논의됐었다. 이미 각당이 지난 날 공약으로 우려먹은 내용들이다.지방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연말 대선을 의식한 중앙당의 정치공방에 매몰된다면 지방자치제도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문제는 6·13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주인의식이다. 이름 좀 있는 정치인, 예컨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거나 후보가 된 사람이 지원유세를 한다고 하여 당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방자치가 중앙정부에 예속될 우려가 크다. 후보자들만이라도 지방행정에 걸맞는 공약을 제시, 지역민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로 제발 혼돈하지 말기 바란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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