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정국’이 정쟁중단인가

지방선거 유세의 욕설 난무가 이러다간 육두문자까지 나오지 않겠나 하여 심히 걱정된다. “깽판”“아이썅”쯤은 이제 약과가 됐다. 지난 주말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군포 정당연설회에서 “마피아들이 부하들을 도둑질 시킨 뒤 부하만 감옥가게 하더라”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과거 세풍사건을 빗대었다. 시흥 연설회선 “이 후보가 아래사람을 시켜 나를 시정잡배라고 했다”면서 “양아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에서는 야당 국회의원을 가리켜 “아이들”이라며 “아이들 데리고 시비…”운운했다.

또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서울 정당연설회에서 “세금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세계적 왕도둑에게 한 표도 줘선 안된다”고 한나라당 이 후보를 공격하고, 신기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후보 손녀의 미국 원정출산 의혹을 거론, “이 후보의 며느리는 강남의 유한족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풍사건에 대해선 능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원정출산 의혹 또한 도덕성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비방은 의문 제기나 도덕성 비판이라기 보단 다분히 인신공격이다.

한나라당의 대응도 잘 한 것은 아니다. 이규택 원내총무가 “민주당은 새천년 미친년당”이라고 했다가 “미친당”이라고 수정한 것은 싸잡아 한마디 한 것이겠지만 역시 적절치 않다. 지방선거의 중앙당 욕설 지원유세가 주로 민주당에 의해 자행되는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월드컵 기간의 정쟁 중단을 먼저 제의한 것이 민주당이었고, 한나라당도 결국 대통령 아들들 비리문제는 포함되지 않는 조건으로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당시 정쟁 중단의 허구성을 갈파한 적이 있다. 정권 다툼의 정쟁은 정당정치의 상궤이므로 대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에서 정쟁 중단은 지켜질 수 없는 사실을 밝혔다. 그보다는 공명선거를 위해 인신비방을 삼가는 게 옳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쟁 중단은 고사하고 인신비방도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태다.

월드컵 축제에 외국의 VIP를 비롯, 일반 관광객 등 많은 손님을 불러놓고 정쟁을 중단하자던 민주당이 추태를 먼저 일삼는 건 의도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노풍’의 진원지였던 광주 등지까지 실정과 비리로 이탈하는 민심을 붙잡고자 하는 극약처방의 네거티브 전략 관측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아무리 DJ를 떼어내고 노무현, 이회창 대결구도로 선거전을 몰고 가려 해도 판단은 유권자들이 한다. 또 노 후보는 욕설하는 게 노무현다운 것으로 안다면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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