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회가 행정부에서 제출한 법을 제대로 심의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거수기 노릇을 하여 통법부라는 오명을 가진 적이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에 의하여 막강한 관료조직을 가지고 움직이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들러리나 서거나 또는 행정부의 정책에 정당성이나 주는 허수아비 역할을 하고 있어 입법부는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통법부의 이미지는 벗어났지만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여 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입법은 국회의 제일 큰 권한이며 책무이기 때문에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못하여 탈법·위법을 행하고 있으니 어떻게 입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선 국회는 의장단을 비롯한 원(院)구성에서 법을 위법하고 있다. 국회법에 의하면 후반기 원구성은 지난달 25일까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구성에 합의하지 못하여 현재 국회는 의장단이 없는 식물국회가 되었다. 월드컵이라는 국제 축제가 열리고 있어 외국의 귀빈들이 줄지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국회가 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으니 이 무슨 국제적 망신인가.
탈법의 사례는 오는 13일 지방자치단체장에 입후보한 현역의원 4명의 사퇴서가 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여 처리되지 못하고 일종의 탈법으로 처리된 것이다. 국회법 135조에 의하면 의원의 사직은 표결에 의하거나 폐회 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의장도 공석이고 또한 국회도 지난달 28일 지방선거 입후보 등록 시에 개회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이들 4명 의원의 사직서는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들 4명의 입후보자에 대한 사직서를 원내 총무들의 합의에 의하여 사직서가 처리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탈법인 것이다. 이런 탈법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선관위도 문제이고 국회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의원직을 유지하여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하려고 한 당사자도 문제이다. 탈법 사실로 인하여 선거 소송이라도 제기된다면 더욱 문제는 복잡해진다. 도대체 국회는 왜 탈법과 위법을 다반사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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